"독점증대를 초래하고 기업을 상품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자유시장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긍정적인 방편이다" 기업이 기업을 집어삼키는 M&A를 두고
빚어져온 논쟁이 최근 미국기업계에 다시 뜨겁게 일고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자본주의의 발달사는 "M&A의 역사"라고도 할수있을 만큼 기업간
결합과 합병이 시장경제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이 돼왔다.

최근 AT&T가 컴퓨터회사인 NCR와 무선통신회사 맥코사를 잇달아 합병,
"세계전신전화사업의 거인"에서 "종합정보통신산업의 패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M&A의 위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그룹이 국내 4대그룹의 하나로
일어서기까지 "부실기업인수"라는 일종의 M&A를 가장 유효적절하게
활용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모두 5차례의 "M&A붐"이 일어났으며
이때마다 미국산업과 경제전반에 큰변화가 일어났었다. 1차붐이 일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1893년부터 1904년까지의
약12년간. "수평적 통합에 의한 독점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이시기는
1893년 셔먼법이 시행되면서 촉발됐다. 뒤퐁 스탠더드오일등 오늘날
까지도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거대기업들이 시장독점화를 위한 수평적
결합의 결과로 형성됐다.

2차붐은 1925년부터 대공황초기인 1930년까지 나타났다. "수직적통합을
통한 체질강화의 시대"로 불린 이 시기에는 포드자동차등 대량생산체제를
확립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자동차 금속업계 기업들에 의해 M&A가 주도됐다.

3차붐이 일어난 60년대후반에서 70년대전반까지의 기간은 앞서 두차례와는
반대로 기업다각화를 위한 M&A가 주류를 이뤘다. 수직및 수평적합병에 대한
법적규제가 강화되고 주요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경영기법의 혁신,
산업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된데 따른 영향이었다.

"복합기업(Conglomerate)의 시대"라고 불린것도 이때문.

81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해 80년대후반에 절정을 이뤘던 4차붐은 앞서
3차례와는 또달리 "기업해체를 통한 사업재구축"이란 전혀 새로운 패턴을
보여줬다. 정크 본드의 출현등 신종 금융기법을 등에 업고 멀쩡한 기업을
해체시키거나 집어삼켜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기업사냥꾼"들이 기업간에
공포의 대명사로 통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5차붐은
멀티미디어등 21세기형 산업의 주도권다툼에서 나타나는 기업간 제휴나
관련다각화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자본력이 아니라 기술수요에 의해
주도된다(techno-driven)"는 점도 빼놓을수 없는 변화다. 한세기를 맞는
미국 M&A의 변천사에서도 미국산업의 고동치는 맥박이 느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