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규제의 왕국이라고 일컬어질만큼 경제활동에 대한 각종 법적
행정적 규제가 많고 복잡하다.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토지위에서 일어나는 만큼 그많은 규제들이 토지의
소유및 이용에 집중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토지이용 규제에 관련된
법률만해도 1백개 가까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규제란 항상 획일적이고 경직적이어서 애당초 의도한 목적과는 전혀 다른
역효과를 발생시키기 일쑤다.

이번에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정호박사가 발표한 "한국의 토지이용규제"는
그러한 토지이용관련 각종규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 역작이다.

김박사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토지이용 규제가 주로 수요의 억제에 치중
되어온 결과 토지공급 확대에 큰 지장이 되어왔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땅값이 높은 이유도 경직된 토지이용규제로 인한 공급억제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특히 우리나라의 도시용 토지공급의 확대를 위해서 그는 다음과
같은 규제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첫째, 불합리한 농지.임야전용 규제의 완화이다. 특히 도시근교농지등
농업진흥지역에 대한 재조정과 임야가 아닌 그린벨트내의 토지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둘째, 건축법에 의한 도로사선제한 일조권 제한등 토지의 고밀도이용을
저해하는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만일 철폐가 불가하다면 지가가 높은
토지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완화함이 필요하다.

셋째,현재 시행되고있는 용도지역 지구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있어야 하겠다.

넷째,현재의 저밀도 이용토지의 고밀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재건축에 대한 규제는 철폐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이러한 주장자체들만 놓고 보면 참신한 주장은 아니지만 그러한
주장들이 시장의 원리에 입각한 설득력과 철저한 실증적자료에 의해서
뒷받침되고있다는데에 참신함이있다.

김박사는 주류경제학 학자들 가운데에서도 시장의 기능을 신봉하는 강한
보수성향의 신예이며 이번 그의 저서에는 그러한 그의 취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이런점이 이책의 강점이자 또한 한계이기도한데 이런차원에서 다른 자원과
구별되는 토지라는 자원의 특수성, 그리고 토지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형평성의 문제가 도외시되어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지는 다른 자원과 다르다고 생각하고있고
다른 어떤 자원보다도 형평성의 문제와 밀착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규제라는것도 효율성이외의 다른 사회적가치를 수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김박사의 이번 저서는 토지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토지문제를
다루는 관료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국경제연구원간)

이 정 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