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태엽이 풀려 잠시 멈췄던것 같았던 긴 신정연휴기간중에도 지구는
계속 돌았고 세계는 녕일이 없었다. 진작부터 예고된 일이었지만 많은
변화가 1993년 새해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게 바로 어제부터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가 감지한 세계의 표정이다. 그런 지구촌의
현실을 직시해야 험난하고 불확실한 올 한해를 제대로 헤쳐나갈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올해에도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결코 평온할것 같지 않다.
평온하기는 커녕 더욱 심한 격변과 갈등 반목 특히 경제적 자국이기주의가
지배하게될 전망이다. 통합과 분열,화합과 갈등,평화와 동시에 분쟁이
계속될것 같은 조짐을 세계는 예고하고 있다.

유럽공동체(EC)가 우여곡절끝에 1월1일을 기해 비로소 국경없는(border
less)단일시장으로 새출발을 보게된것은 지역경제통합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된다. 이에 뒤질세라 동남아국가연합(ASEAN)6개국은 같은 날 자유무역
지대(AFTA)출범을 공식 선언했으며 아직 그 실체가 분명치 않지만 일본과
호주가 새로운 지역경제권창설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랄까,움직임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함께
세계경제가 글로벌화 개방화라는 큰 흐름속에 지역통합내지 블록화라는
또다른 흐름을 잉태해가고 있음을 뜻하며 그 속에서 한국경제가 발전할
전략을 모색해야하는 과제가 제기된다. 아세안을 저임의 이점을 살린
생산기지화하여 사실상 엔화경제권에 편입시킨 일본의 대호주접근행보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퇴임을 불과 보름 앞둔 부시 미대통령은 세계의 지도자답게 쉴틈없는
연말연시를 보냈다. 섣달 그믐날 소말리아를 방문해 미군의 현지
구호활동을 직접 살핀 부시는 이어 모스크바로 가 지난3일 크렘린궁에서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제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에 서명했다.
진정한 세계평화는 아직 멀다. 그러나 최소한 인류를 핵의 공포에서
해방할 엷은 희망과 가닥을 이 협정은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실천과 노력이다. 세계는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외치하면서도 갈등과 증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체크와슬로바크공,유고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는 신년을 분열을 통한
새출발로 기념했고 소말리아내전과 아프리카의 참담한 기아현실에 세계는
계속 눈을 감고 있다.

저마다 평화를 말하고 인류의 행복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남이아닌
나,자국이익에 우선해서 뛰는 세계-. 갈수록 경제우선과 국가이익이
지배하게될 냉엄한 지구촌현실을 똑바로 보면서 한국도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