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제1부 전야 : 서장(1)

지금으로부터 대략 4백년전에 임진왜란(임진왜란)과 정유재란(정유재란)
을 일으켜 조선국(조선국)을 짓밟게 한 일본의 실권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풍신수길)는 한마디로 걸물(걸물)이었다. 우선 용모부터가 걸작이었다.
흡사 원숭이 같았다. 체구도 왜소할 뿐아니라,얼굴 생김새가 영락없는 원
숭이였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버지인 기노시다야에몽(목하미우윙
문)은 그가 태어나자 첫아들이어서 기쁘면서도 도무지 얼굴에 웃음이 떠
오르지가 않고, 절로 이맛살이 찌푸러졌다. 너무 못생긴데다가 몸집까지
가 형편없이 작기 때문이었다. 이게 사람의 새낀가 싶었다. 야에몽은 아
들이 태어나면 훌륭한 "사무라이"(무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데 꼬락서니라는 것이 그모양이니,사무라이는 고사하고 제대로 인간이 될
것같지도 않아서 속으로 한숨을 쉬지 않을수 없었다.

히데요시의 아명(아명)은 히요시마루(일길환)였다. 그러나 그 이름을 그
대로 불러준 것은 어머니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사루"(새끼
원숭이)라고 불렀다. 아들의 이름을 지은 아버지부터가 그 이름은 젖혀두
고,남들 앞에서도 예사로 고사루라고 불렀으니, 이웃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사루,즉 새끼원숭이가 말하자면 그의 애칭(애칭)인 셈이었다.

제대로 인간이 될까 싶지도 않던 "새끼원숭이"는 그러나 자라면서 남다
른 아이가 되어 갔다. 비록 몸집은 작고 꼬락서니는 그모양이지만, 담대
하고 지혜가 뛰어나서 늘 동네 아이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다. 전쟁놀
이 같은 것을 할 때면 으레 한쪽 편의 대장이었다. 덩치가 큰 아이들이
부하가 되어 그의 호령에 고분고분 따르는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왜소하고 볼품없이 찌그러지기까지 한 고추 속에
유달리 독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던 셈이다.

야에몽은 그런 아들을 남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속으로 저녀석이 아무래
도 보통내기가 아닌것 같으니,어쩌면 자기가 바랐던대로 장차 훌륭한
사무라이가 될지도 모른다고,이제는 은근히 기대를 하며 기뻐했다. 그러
나 야에몽은 아들이 사무라이가 되는것을 보지 못하고 일찍 죽고 말았다.

어머니가 개가를 하자 히요시마루는 고아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열여덟살때 고향의 "다이묘"(대명)인 오다노부나가(직전신장)
의 부하가 되었다.

다이묘란 넓은 영토를 소유한 무장(무장)을 말한다. 그 무렵 일본은 그
런 다이묘에 의해서 국토가 조각조각으로 분할되어 있었다.

[저 자] 하근찬 작 ; 이철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