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연말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11월 통화동향과 12월 운용방향"에 따르면
총통화증가율을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8. 5%안팎으로 유지하여 이달에
평균잔액기준으로 2조3,000억원의 돈이 풀릴 예정이다. 이같은 금액은
지난해 12월중에 풀린 2조4,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로서 연말자금사정에
별로 무리가 없을것 같이 보일수도 있으나 양도성예금증서(CD)파동으로
실제로는 여유가 없는 형편이다.

즉 상업은행 명동지점사건을 계기로 가짜CD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D의 현금상환이 늘어나 지난11월에 9,635억원이
현금상환 되었으며 이달에도 약 1조원이상의 돈이 CD계정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많은 액수의 돈이 총통화(M2)에 포함되지 않는
CD계정에서 빠져나와 총통화에 포함되는 다른 은행예금계정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총통화증가율이 CD파동이 일어나기 전보다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총통화증가율을 올해 억제목표인 18. 5%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여신공급액을 줄일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중자금사정이 예년보다
빡빡해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비해서 해외부문에서의 통화환수대책및 CD유통시장의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기술적인 문제로서 통화지표의 변경을 생각해볼수 있다. 지금
통화관리의 지표로 사용되는 총통화(M2)개념에는 CD말고도 제2금융권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금융상품이 포함되지 않고있으며 은행의 신탁계정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권과 제2금융권사이의 상당히 큰 금리차이
때문에 전체 금융자산에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커져 오래전부터
통화관리의 실효성이 의심받아왔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제2금융권의 일부 금융상품을 총통화에 포함시킨
M2B같은 새로운 통화지표의 채택이 전부터 계속 논의되어왔으나 아직도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히 통화관리지표상의
문제때문에 자금공급이 줄고 실물경제에 어려움을 주는것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통화당국은 이번기회에 통화관리지표의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짜 CD파동으로 인한 자금사정의 불안이 CD유통시장의 활성화나
통화관리지표의 개정으로 국한될 성질의 문제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가짜
CD파동이 일어나게된 배경에는 인위적인 금리규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부문별 불균형과 융통성없이 굳어진 통화관리방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밝혀진대로 만성적인 초과자금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예금증대에 총력을 기울일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규제금리와 실세금리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편법이 동원될수 밖에
없다. 또한 금리규제로 금리의 자금수급조절기능이 발휘되지 못하는
가운데 통화공급증가율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통화채를 강제로
할당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되어 각종 비리를
부채질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를 서둘러 시행하고 통화관리방식을 간접관리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연말자금사정이 예년보다 빠듯해질 것이나 당장 시중실세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것 같지는 않다. 실물경기는 여전히 좋지 못하며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아직은 관망상태이다. 오히려 기업들의 관심은 내년상반기까지
시중실세금리가 계속 안정세를 유지할 것인가,통화공급사정은 어떻게
될것인가 등 지금보다 내년이후에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선거자금으로 풀려나간 돈을 환수해야 하며
안정성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일부에서 논의하는대로 총통화증가율을 15%를
기준으로 13~17%범위에서 신축적으로 조정한다면 통화공급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다. 자금수요는 정치권의 불안이 사라지고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이 예상됨에 따라 늘어날수 있으나 석유화학플랜트와
자동차설비증설등 대규모투자가 끝난 상태이고 실물경기의 회복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급격한 자금수요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자금수급전망을 배경으로 금리자유화 2단계조치가 내년상반기에
실시된다면 단기적으로 금리수준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될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자금의 유입이 변수로 작용될 수 있으므로 한은이 마련할
예정인 해외부문에서의 통화환수대책은 1회용이 아니라 금리자유화가
정착되고 금융시장개방이 완료될때까지를 고려한 장기대책이 되어야겠다.

어렵게 일궈낸 금리안정세를 바탕으로 구조적인 금융시장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