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리 잘생긴 뿔을 가진 수사슴 한마리가 매일처럼 이웃 호숫가에 나와서
그 주위를 거닐고 있었다. 물속에 비친 그의 예쁜 뿔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던것. 그러나 뿔자랑에 취해있는 이 사슴에게도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짤막한 몽당다리가 자존심을 아프게 했던것이다. 미끈하고
날씬한 다리를 갖지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다리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이 사슴은 더 보란듯이 잘 생긴 뿔을 하늘높이 세우고 호숫가를
거닐었다.

그런데 어느날 큰일이 생겼다. 사냥꾼이 날쌘 사냥개를 거느리고
들이닥친 것이다. 사슴은 있는 힘을 다해 숲속으로 도망쳐야했다. 힘센
그의 다리는 열심히 뛰었으나 그의 잘생 생긴 뿔이 숲속 좁은 길을 막았다.
넓게 뻗은 뿔때문에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뻔 했다. 못난 다리라고
냉대해온 그의 몽당다리가 사슴의 생명을 건져주었다.

라. 폰떼느의 우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의 상품들을 보면 이 수사슴의 뿔을 생각나게 한다. 바깥 포장만
보면 세계의 어느 백화점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하나같이 잘 생긴
모습들. 어떤 상품은 마치 중세기의 보물단지처럼 3중 4중으로 포장되어
있음을 본다. 특히 어린이용품은 거의 예외없이 내용물이 겉포장의
반의반도 안된다.

얼마전 소비자보호원이 백화점에서 팔리는 각종 선물세트와 과자.완구류를
상대로 포장실태를 조사한결과 포장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그 속의 내용물은
보잘것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벌회사들이 제조 판매하는 과자류의 경우 내용물은 포장용적의 22
24%선에서 맴돈다는 것. 우리 어린이들을 속빈 허풍쟁이들로 키우자는
어른들의 덜된 상혼을 읽는듯한 느낌이다.

환경처는 멀지않아 비닐코팅한 포장과 과잉포장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내년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과대포장을
강력하게 억제토록 하겠다는것. 잘생긴 뿔자랑보다는 비록 못생겼지만
몽당다리에 힘부터 키우자는 이야기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60년대초반
"내실을 기하자"는 국민운동이 펼쳐진 일이 기억난다. 우리의 오랜
습성인외화내빈을 청산하자는 운동이었다.

외화내화면 더 이를바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