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이 문화유산으로 행복한 나라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 문화재청의 슬로건이다. 문화재청은 1999년 개청 이후 이 슬로건처럼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잘 보호해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규제가 생겨나서 지역 주민이나 기업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누구나 매한가지겠지만,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국민들이 계속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 소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오히려 문화유산은 각 지역이 활성화되고 공동체가 단단해지는 매개체가 돼야 하며, 충분히 그러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문화재청은 작년부터 이런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강력한 규제개혁을 추진해왔다. 특히 작년 11월에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 문화재 분야 3대 규제로 불리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재산권 규제’ ‘매장문화재 조사 및 비용 부담’ ‘민속마을 거주 주민에 대한 규제’ 분야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계획에 따라 우선 일률적으로 500m로 설정돼 있던 규제지역을 조정·축소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각 문화유산을 일일이 재검토하고 있다. 또 매장유산 분포 지도를 구축해 일반 국민과 기업의 매장유산 지표조사 의무를 면제하고자 한다. 매장유산을 조사하거나 보존 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국가가 최대한 부담하기 위해 관련 법령 정비와 예산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도 규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무형유산 전승공예품의 인증 절차 기간과 단계를 줄이고, 경미한 수리에서는 설계 절차를 면제하며, 매매업 변경신고 처리 절차도 개선할 것이다.

특히 올초 고(故) 김환기 작가의 ‘우주’ 작품 국외반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는데, 앞으로는 국외 전시 외에 조사나 연구 목적으로도 문화유산이 국외 반출될 수 있도록 하고, 생존인의 작품도 자유롭게 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창작자의 자율성과 사유재산권 침해 방지를 위한 개선도 추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규제까지 다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객관성을 제고해나갈 것이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규제시스템을 구축해 국민 누구나 규제 결과를 미리 3차원(3D) 모형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 옛날 문화유산 관리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던 시절, 조선왕릉 주변에 살던 주민들은 나무 하나도 함부로 베지 않고, 왕릉 주변의 개발 시도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반대하는 등 ‘문화유산 보호의 파수꾼’을 자처했다.

문화재청의 여러 절차와 규제가 문화유산을 아끼는 주민들의 마음을 오히려 돌아서게 만든 건 아닌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전국 방방곡곡의 문화유산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함께 공감하고 협력해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모든 국민이 그 가치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