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결합을 승인한 것은 향후 기업결합 심사에서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업체 간 결합은 유료방송 시장을 대형 사업체 위주로 재편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3년 전 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도 그래서다.

그랬던 공정위가 입장을 바꾼 것은 ‘방송시장 변화’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유료방송 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며 “기업이 기술과 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승인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대형 사업자들이 국내 동영상서비스 시장을 잠식해가는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를 키울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기업의 특정 행위가 경쟁을 제한하는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영원한 기준은 있을 수 없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달라지면 이런 기준 또한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정위가 협소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공정위는 차제에 방송시장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기업결합 이외 기업활동에도 좀 더 유연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기업활동을 옥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감 몰아주기 지침’만 해도 ‘걸면 걸리는’ 식의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과도한 프랜차이즈 규제와 골목상권 보호 명목의 규제 등도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대표적 규제로 꼽힌다. 이번 기업결합 승인이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