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금이 지나치게 들어오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43) 국제수지(下) - 자본수지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월가의 탐욕과 미국 정부의 잘못된 금융규제 때문에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중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감소 추세가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한때 GDP의 약 11% 규모까지 이르렀다.

반면 미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로부터 돈을 빌려야 했고,중국은 자금 공급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의 상당 부분을 미국 재무부 채권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였는데 이는 미국의 금리 하락과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버블로 이어졌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2005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재 미국은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집을 사고팔면서 먹고 사는 것 같으며 이러한 성장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크루그먼의 예언이 적중했고,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렇게 최근의 금융위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국제적 자본 이동의 영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은 모두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본거래가 재화와 서비스의 교역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각국의 자본시장이 자유화 및 개방화되면서 세계의 자본거래 규모는 급속하게 증가를 하게 되었다.

따라서 국제수지 중 자본거래의 결과로 유입된 외화와 유출된 외화의 차이를 기록한 자본수지의 중요성 또한 자연히 커지게 되었다.

자본수지는 크게 투자수지와 기타자본수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정의와 세부항목은 다음과 같다.

투자수지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돈과 내국인이 외국에 투자한 돈의 차이를 의미한다.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내국인의 외국투자보다 많다면 흑자,그 반대라면 적자로 기록을 한다.

투자수지에 기록되는 투자거래는 직접투자,증권투자,기타투자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이윤을 얻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생산활동을 직접 수행하거나 해외기업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이는 직접투자에 해당한다.

증권투자(포트폴리오 투자)는 배당이나 이자소득 등의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다른 나라의 주식,채권,파생금융상품 등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말하는데 증권에 대한 투자라 하더라도 투자대상기업의 의결권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직접투자로 분류한다.

증권투자의 하위항목 중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2008년 8월부터 독립항목으로 분리하여 직접투자,증권투자와 병렬하고 있으므로 국제수지 통계를 살펴볼 때는 이를 유념해야 한다.

증권의 매입과 매각을 통한 외화의 유출입은 자본수지의 증권투자수지에 기록되지만 배당금이나 이자 소득은 경상수지의 소득수지로 기록된다는 것도 통계를 살펴볼 때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다.

기타투자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에 속하지 않는 모든 금융거래를 포괄하는 것으로서 대출 및 차입,무역 관련 신용,현금 및 예금 등으로 구성된다.

기타자본수지는 해외이주비와 같은 자본이전과 특허권 · 상표권과 같은 비생산 · 비금융자산의 대외거래를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지난 시간에 살펴본 경상이전은 자본이전이 아닌 모든 이전거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학생들은 그동안 경제학 교과서 등에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더하면 0이 되어야 한다는 식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하게 생각을 한다면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나라가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았음을 의미하므로 적자가 나면 그 차액만큼을 해외로부터 차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흑자가 나면 벌어들인 돈과 지출한 돈의 차액을 해외에 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상수지의 적자(흑자)는 자본수지의 흑자(적자)로 정확히 상쇄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상수지+자본수지=0' 식에서의 자본수지는 준비자산증감과 오차 및 누락을 포함하는 광의의 자본수지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광의의 자본수지(협의의) 자본수지+ 준비자산 증감 +오차 및 누락]= 0

오차 및 누락은 국제수지표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여러 통계자료의 원천이 상이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차를 감안한 조정항목을 말한다.

그렇다면 준비자산증감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준비자산이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 보전,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입 및 자국통화와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 유지 등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 가능하며 통제가 가능한 외화표시 대외자산을 의미한다.

준비자산은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거론되는 외환보유액과 같은 개념이지만 국제수지표에 나타나는 준비자산증감은 외환보유액의 증감 중 환율변동 등의 비거래적 요인을 차감한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 혹은 흑자가 나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간에 자본의 이동이 발생하지만 그 액수가 꼭 경상수지 적자액 혹은 흑자액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인데 80억 달러만을 빌린다면 나머지 20억 달러는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대외준비자산의 감소로 메워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120억 달러인데 100억 달러만을 해외에 빌려줄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대외준비자산이 20억 달러만큼 증가할 것이다.

즉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은 외환보유액의 감소로,경상수지 흑자의 누적은 외환보유액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2009년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709억 달러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시절 외환보유액이 200억 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환보유액 1위 국가는 중국인데 2위인 일본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인 2조 2726억 달러의 외환을 현재 보유하고 있다.

지나친 경상수지 흑자가 꼭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자본수지 흑자도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등이 크게 늘어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이 과도하게 이루어진다면 자산가격 버블과 경기과열,물가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오늘날 국제거래에서 자본거래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므로 자본수지를 국제수지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본의 이동은 재화의 서비스 이동과는 달리 굉장히 변동이 심하므로 자본수지 중심으로만 국제수지를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국제수지를 논할 때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균형 있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연구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