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 국유화되는 민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46개 민간기업의 최대주주가 국유 자본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 민간기업 사이에선 ‘국진민퇴(國進民退)’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진민퇴는 민간기업은 역할을 다 했으니 이제 물러나고 국유기업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中기업 '國進民退 공포' 최고조…"코로나로 국유화 바람 거세졌다"
3일 중국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 상장된 112개 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이 가운데 46개 민간기업의 최대주주가 국유기업으로 바뀌었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국유화된 민간기업 수(50개)에 육박하는 것이다. 지난달에만 민간기업 16곳의 경영권이 국유 자본으로 넘어갔다. 저장성방송국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준 드라마·영화 제작 기업 탕더잉스가 대표적이다.

중국에선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자금난에 빠지는 민간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유동성 위기로 파산 상태에 몰린 민간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유기업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 속에 국유기업이 민간기업의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쑤페이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공공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실적 악화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민간기업의 소유주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정부가 국유 자본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진 중국기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금과 자원 등에서 국유 자본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영난에 빠진 상장사들의 첫 번째 인수자 후보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잠시 주춤했던 국진민퇴 현상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국진민퇴 논란은 2018년 9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당시 회장이 전격적으로 “1년 뒤 은퇴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마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을 놓고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 예젠밍 화신에너지 창업자 등 굴지의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그해 말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직접 나서 “민간기업을 보호하고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진화하며 국진민퇴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했다.

중국에서 민간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0%, 고용의 80%를 담당하며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중국 전체 상장기업 수의 60%가량이 민간기업이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의 첨병 역할도 민간기업이 맡고 있다.

중국 재계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유기업이 민간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민간경제가 위축되고 국유경제만 비대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은 시장을 포용해야 가능하다”며 “민간기업이 쇠퇴하면 중국 경제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중국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회의에선 ‘국유기업 개혁 3년 계획(2020~2022년)’이 마련됐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국유기업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완성을 위한 중요한 물질적·정치적 기초”라며 “향후 3년은 국유기업 개혁의 핵심 단계로 국유경제의 경쟁력과 통제력, 영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