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2019년 폭풍'을 피하려면
올 한 해를 정치·경제적으로 무사히 보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은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첫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보류돼야 한다. 지난해 11~12월을 지나면서 시장은 미·중 간 무역협상 합의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양측에서 다시 적대감이 묻어나는 발언이 나오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관세는 무역 흐름과 공급망을 교란해 글로벌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금융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소비자 신뢰와 기업 심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둘째, 투자자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선 미국 경제가 2% 이상 성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성장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면 이유가 무엇이든 금융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시장의 자신감과 안정성을 해칠 것이다.

셋째, 중국은 부채 문제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60%에 달하는 기업 부채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부실 대출을 선택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뿐 아니라 GDP 대비 부채의 분모, 즉 GDP를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인프라 투자가 줄고,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면서 중국은 당국의 목표치인 6% 이상 성장을 달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 둔화와 부채 증가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중국은 물론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넷째,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권자들은 유럽 통합에 적대적인 극우 민족주의의 승리를 막아야 한다. 유럽은 도태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유럽의 단일 통화 유로화를 쓰는 이상 유럽연합(EU)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EU가 공동으로 은행 예금보험제도를 구축하고, 적어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엔 예산 규정을 도입하고, 구제금융을 위한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재원을 늘리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다만 지난 10년간 공동 통화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이 우리에게 한 가지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엘리트가 유럽 대중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지속적인 유럽 통합을 위해선 풀뿌리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 같은 지지는 선거를 통해 증명돼야 한다.

‘해피 엔딩’을 담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네 가지 위협 중 일부라도 제거되면 다른 위협을 막을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끝내면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망은 밝아질 것이다. 견고한 경제성장은 유럽의 기성 정당과 정치인에게 우호적인 외부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반대로 한 가지 문제가 암울하게 전개되면 다른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제성장이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친다면 트럼프는 희생양을 찾으려 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아니라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무역전쟁은 재개될 것이고, 중국의 경제성장과 금융 안정은 악화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불황이 함께 온다면 나머지 지역의 경제성장도 둔화할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는 유럽 등지에서 기성 정치체제에 대한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들의 반발을 부채질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당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응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또한 무역 분쟁을 조장하고 세계 도처에 부정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고요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한 마지막 전제 조건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대신 다음 대선 승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선거 의제를 설정하고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2020년 11월은 여전히 멀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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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