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위기가 몰려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19일 올해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은 6.5%로 발표되자 많은 전문가는 이같이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추세에 있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선 중국 경제 위기론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 지난 7월 미국과 중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뒤 나온 첫 번째 중국의 경제 성적표다. 시장에선 6.6% 성장을 예상했지만 중국 경제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지난달 24일 미국 정부가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감안할 때 4분기엔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분기 성장률 하락은 중국 경제가 장기 둔화세로 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는 연착륙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내년부터 불거질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 역시 내년에도 미·중 통상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전쟁에 힘빠져 환율·물가·투자 경고음…"中, 저속성장 신호탄"
일각에서는 2020년에는 중국 경제가 6%대 중반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속(中速) 성장 시대’를 끝내고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는 ‘저속 성장 시대’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투자가 부진하고 제조업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뒤 중국 경제는 두 자릿수 성장률로 고속 성장가도를 달렸지만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뒤 연 6%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지난 7월 처음으로 5%대로 떨어진 이후 3개월 연속 5%대에 머물렀다. 8월까지 고정자산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하는 데 그쳐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9월엔 5.4% 늘어 소폭 개선됐지만 통상전쟁이 시작되기 전 기록했던 6~7%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9.4%로 내려앉은 소매판매 증가율도 6개월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개월 만에 최고치인 2.5%까지 올랐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경기가 후퇴하는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 경기둔화 조짐도 뚜렷하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4개월 연속 전달 수준을 밑돌았다. 국유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도 지난달 50.0을 기록하며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에선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 위축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도 요동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6% 오른(가치 하락) 달러당 6.9387위안으로 고시했다. 2016년 12월 이후 22개월 만의 최저치다.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6.9458위안까지 뛰었다.

전날 4년 만에 2500선이 무너졌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성장률 둔화 소식에 이날 오전 1% 가까이 추가로 떨어졌다가 장 후반에서야 반등했다. 오후 들어 류허 부총리와 이강 인민은행장, 궈수칭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증시를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낸 뒤 상하이지수는 전날보다 2.58% 오른 2550.47에 장을 마쳤다.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고 증시가 널뛰기를 하면서 중국에선 대규모 자본 유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은행 지급준비율을 네 차례나 내리고 최근엔 기준금리 인하까지 시사하는 등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지만, 미·중 통상 갈등 심화 등의 문제로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