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 '펫 시터'… 연휴 잠 못드는 주민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윤규 씨(33)는 추석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선다. 윗집에 사는 ‘펫 시터’가 연휴 때마다 인근 주민의 반려동물을 돈을 받고 돌봐주는 통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이어서다. 지난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고양이 호텔’ ‘강아지 어린이집’ 등 동물위탁관리업종이 농림축산식품부 관리 대상에 포함됐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임의로 돈을 받고 돌봐주는 펫 시터는 대상에서 빠지면서 연휴를 앞두고 주택가와 아파트단지에서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강아지 호텔’ 등 동물위탁관리업 사업자는 시설 요건을 갖춰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등록을 해야 한다. 건물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이고 위탁 동물을 위한 사료급수 설비, 휴식실과 잠금장치가 달린 이중 출입문 등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영업이 정지될 수도 있다. 법안이 시행된 것은 2015년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업체에 반려동물을 맡겼다가 분쟁이 생기는 일이 연휴 때마다 반복됐기 때문이다.

규제 사각 '펫 시터'… 연휴 잠 못드는 주민들
하지만 펫 시터가 규제 대상에서 빠지고 반려동물 위탁업을 해오던 사업주가 사업 등록을 하는 대신 집에서 동물을 돌보기도 하면서 주택가와 아파트단지 주민들에게 엉뚱하게 불똥이 튀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에 따르면 현재 펫 시터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동물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무자격증자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워본 경험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시설 규정도 없다. 주택과 아파트에서 기업형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채모씨(30)는 “빌라 옆 동에 동물병원 사무장이 사는데 휴일이면 최소 5~7마리 개가 한꺼번에 짖는 소리가 들린다”며 “이전까지 동물병원과 위탁소를 병행하다가 사업 등록을 하기 번거롭게 되자 집에서 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중순까지 접수된 반려동물 관련 민원은 306건으로 올해 말엔 400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려동물 관련 민원은 2015년 195건에서 206건(2016년), 307건(2017년)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사업 등록을 마친 반려동물 호텔 사업자 사이에선 “역차별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 성동구의 애견호텔 사장은 “펫 시터 하루 돌봄 일당이 3만~5만원 선인데 동물애호가라면서 하루에 10마리를 돌보기도 한다”며 “하루에 순수익으로 30만~50만원을 챙기는 데도 세금 한 푼 안 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블로그나 동물애호카페는 물론이고 펫 시터 중개사이트까지 생기면서 간판을 걸어놓고 장사하는 것보다 더 쉽게 고객을 찾을 수도 있다”며 “반려동물 호텔을 하느니 그냥 집에서 맡아주는 게 낫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웃 사람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농식품부 관계자는 “펫 시터가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보완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펫 시터가 아파트 등에서 최대한으로 돌볼 수 있는 반려동물 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