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각 기업의 대관(對官) 기능이 위축되고, 정부의 경제단체 ‘패싱 현상’이 심화되면서 로펌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기업들 바짝 엎드리고 경제단체 '입' 닫자… 특수 누리는 로펌들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은 기존에 있던 ‘법률 컨설턴트’ 역할을 확대하고 공격적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재계를 대변하는 기능을 하던 경제단체 인력 등이 주 타깃이다. 올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떠난 3명의 박사급 연구원도 줄줄이 로펌으로 이직했다. 대형 로펌들이 기존 월급의 두세 배를 주며 이들을 스카우트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이유는 주요 대기업들이 대관 기능을 크게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대관 업무를 폐지한 데 이어 지난 5월엔 한화그룹도 경영기획실을 해체했다. 그룹 차원의 대관 조직을 해체하는 대신 각 계열사로 관련 조직을 이관하고 계열사별로 그때그때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최순실 사태 이후 ‘적폐’로 몰리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로펌 특수’의 배경이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구조다. 로펌의 법률 자문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소외될 우려가 높다.

로펌은 기업들과 현안별로 계약을 맺고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회의원 및 정부 관계자에게 기업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법안의 초안을 만들거나, 반기업적인 법안에 대한 대체 입법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각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입법 조사관들이 법률 검토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의견을 전달한다. 국회 및 정부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도 개발한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형편이 되면서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의견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데 반해 경제계 입장은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