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커들로는 미국 국제주의의 구원투수 될까
미국 백악관에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주의자 게리’로 불렸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보호주의 매파 3인방(피터 나바로, 윌버 로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관세폭탄 투하에 반대하다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는 그 자리에 칠순을 넘긴 래리 커들로 CNBC 앵커를 임명했다.

커들로는 어떤 인물인가. 첫째, 그는 레이거노믹스의 신봉자로 세금이 적을수록 경제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연금과 의료비에 대한 근로자 부담률은 더 높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주식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집단과는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경제·안보 연계론자다. 또 달러 기반 금융자산의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강한 달러를 선호하는 편이다. 셋째, 부자들의 낙수효과가 경제성장을 이끈다고 믿는 부자 예찬론자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그의 경제 전망은 대부분 틀렸다. 2008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점에 그는 “조지 W 부시의 감세에 의한 경제 붐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점쳤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지속적으로 틀리는 예언가’였지만 논리적이고 화려한 언변에 힘입어 ‘보수철학의 전도사’로 살아남았다.

커들로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는 유일한 지점은 통상 분야다. 그는 미국의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철강 관세 부과가 “500만 개 일자리를 위협해 미국의 번영을 죽일 것”이라며 백악관을 비판했다. 이방카 부부와 함께 백악관의 ‘월스트리트 윙’으로 불리던 게리 콘, 디나 포웰 전략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모두 사퇴한 지금, 커들로는 과연 미국 국제주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정책은 양대 세력의 균형을 지향해 왔다. 다국적 기업과 수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화 세력’이 한 축이라면, 수입 대체 산업과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보호주의 세력’이 또 다른 한 축이었다. 전자가 다자주의에 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형성과 확대를 추구해 왔다면, 후자는 제조업 공동화와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외국 정부와 기업의 불공정 행위 및 불법 이민 탓으로 돌리며 정부의 조치를 요구해 왔다. 국제주의와 보호주의를 동시에 추구한 지도자가 레이건이라면 트럼프는 전자의 기반을 무너뜨리며 후자를 도모하는 전형적인 우익 포퓰리스트로 보인다.

커들로의 행동반경은 레이건과 트럼프의 중간 영역에 머물 것이다. 그는 동맹국과의 다자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 보호주의 조치의 주 대상을 중국 정도로 좁힐 가능성이 크다. 그는 NEC 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뒤 첫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약 54조원)어치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제재와 함께 ‘외과적 수술’ 또는 ‘평양의 제거’를 권할지도 모른다. 그가 보호주의에 무릎 꿇은 ‘제2의 게리 콘’이 될지 아니면 트럼프의 귀를 장악해 레이건식 신자유주의의 복원을 이뤄낼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