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관광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는 남해 일대에 한정된 일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케이블카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강원 양양 ‘오색 케이블카’ 건설이 중단 상태고,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사업도 제자리걸음이다.

18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설악산 케이블카’로 주목받은 양양 오색 케이블카는 어렵사리 인허가를 받았지만 환경단체들의 소송 제기로 공사가 중단됐다. 2015년 환경부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남설악지역 3.5㎞ 구간에 곤돌라 53대와 정류장, 전망대, 산책로 등을 설치하는 설악산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시범사업안을 승인했다. 문화재청도 환경단체 등의 반대 속에 우여곡절 끝에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시민소송인단은 연초 서울행정법원에 문화재청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건설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8년은 공사가 끝나 운행을 시작할 시점이다.

설악산은 유네스코가 최초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곳이어서 산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케이블카 공사 구간에 멸종위기 1등급인 산양 50여 마리가 서식하는 등 생태계 파괴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2000년부터 추진한 영남알프스 행복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환경단체와의 논쟁 등으로 1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울산시는 지난달 27일 환경영향평가 협의의 마지막 절차인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고서’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환경청이 초안 검토 후 요구한 보완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지만, 찬반 양측이 공동으로 식생 조사를 하라는 주문은 충족하지 못했다. 공동 조사 요청 공문을 10여 차례 보냈지만 반대 측이 끝내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시는 연내 착공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반대단체와 합의되지 않으면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케이블카 설치로 환경 훼손이 심해진다는 주장이 일면 타당하지만, 사실과 부합되지 않은 측면도 많다. 건설과정과 사후관리가 잘되면 무분별한 등산보다도 오히려 환경보호에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위스가 ‘세계의 공원’인 알프스의 경승지마다 케이블카를 설치해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점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해외로 나가보면 주요 관광지마다 케이블카와 곤돌라가 설치돼 관광객이 몰리는데, 우리는 멋진 관광자원을 내버려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