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준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많이 줄 수 없어요.”

구인공고를 보고 서울 관악구의 한 음식점을 찾은 김모씨(25)가 사장에게서 들은 말이다. 올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나 인상된 뒤 ‘최저임금 낚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등에는 최저임금에 맞춰 급여를 준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금액을 주는 방식이다. 서대문구의 한 삼겹살 전문 식당도 ‘최저임금 준수’라고 제목을 단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를 올렸지만 공고문 한 귀퉁이에는 “19세 이하는 6800원부터, 20세 이상은 7000원부터 시작”이라고 적었다.

야간 근무를 맡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동작구의 한 PC방 주인은 주고 싶어도 맘대로 다 줄 수 없다는 ‘이색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많이 주고 싶어도 사정이 어려운 데다 법대로 다 주면 주변 PC방에서 항의가 들어온다”며 “최저임금은 주지만 야간수당(기본급의 1.5배)은 못 준다고 알바생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구직자들의 허위공고 신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인 알바천국 고객센터에 이달 1~16일 접수된 ‘최저임금 낚시’ 신고는 1365건이다. 작년 같은 기간(278건)에 비해 5배가량 급증한 규모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구인공고 상세모집요강에 ‘(시급)협의가능’이나 ‘수습기간 있음’ 등의 문구가 있으면 최저임금보다 적게 줄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편법이 판치지만 취업난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 A씨(24)는 “가뜩이나 아르바이트 구인공고도 많이 줄었는데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다”며 “업무 환경이 나쁘지 않으면 최저임금보다 좀 낮더라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낚시’는 엄연한 불법으로 단속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허위공고를 게재한 사업주는 직업안정법 제47조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며 “피해를 본 구직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인턴기자 leein04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