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신혼부부들의 황금빛 인생을 위하여
요즘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로 주말연속극 ‘황금빛 내 인생’을 꼽는 것에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최근 시청률 40%를 돌파했다고 하니 많은 가정의 주말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말하는 ‘흙수저’ 주인공과 이제는 드라마에서 빠지면 서운한 재벌을 소재로 하는 일상적인 가족 드라마다. 최근 방영된 36화에서 다룬 신혼부부의 이야기는 현 사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관심이 간다.

36화의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다. 서울에 살고 있는 맞벌이 부부에게 갑작스럽게 아이가 생겼다. 아내는 평소 계획한 대로 충분한 재산을 모은 뒤 아이를 낳고 싶어 낙태를 생각하지만, 남편은 아이를 포기할 수 없기에 현실에 타협하며 서울을 벗어나 아이를 키우면서 살자고 한다. 두 사람의 생각은 극명하게 대립했고 이에 아내는 이혼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젊은 부부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인 것 같다.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 외곽에서 살자는 남편의 생각과는 달리, 그럴 경우 육아와 교육 여건이 열악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아내는 걱정하고 있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라고 가볍게 넘겨버리기엔 현실적으로 무거운 주제이고 당장 쉽게 해결될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2016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저출산과 관련된 사회적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는데, 2016년 혼인 건수는 28만 건으로 1995년 44만 건과 비교할 때 급격하게 감소했고, 출생아 수는 1995년 72만 명이던 것이 2016년 41만 명으로 줄어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통계에 반영되고 있다. 신혼부부 중 43.1%는 주택 구입 지원을, 24.3%는 전세 지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정부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총 20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 분양과 임대가 혼합된 ‘신혼희망타운’을 통해 7만 가구 등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통계를 보면 연간 28만 쌍 정도의 신혼부부가 탄생한다. 정부는 향후 27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한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신혼부부에게 돌아갈 주거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주거공간이 부족하니 드라마 속 신혼부부처럼 현실의 신혼부부들은 아이를 포기한 채 서울에 살거나 아이를 낳고 서울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며칠 전 국토교통부는 서울에서도 택지개발을 통해 추가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벨트를 풀어 부족한 택지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해결된다. 주거비가 저렴한 서울 외곽에 주거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교육을 포함한 양질의 육아환경도 만들어 줘야 한다. 신혼희망타운은 육아시설을 넣도록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이 들어간 것만으로는 충분한 육아 및 교육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 양질의 교육환경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택 공급에만 족히 3~4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입주 후 주변 교육환경이 자리 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사이 아이들은 커 간다.

저출산 문제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사회적 여건을 성숙시켜야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단순히 집 몇 채 더 지어 공급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토부 외에도 여성가족부, 교육부, 교육청 등 관련 부처의 긴밀한 협조와 양보,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시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담보돼야 한다. 필요하면 옥상옥(屋上屋)이 되더라도 범부처 성격의 컨트롤타워도 마련해야 한다. 도시재생이 도시의 미래가 되듯, 신혼부부와 그들이 출산하는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서울시와 인근 지자체 그리고 국토부가 중심이 돼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혼부부의 고민을 담는 노력을 조금 더 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황금 개띠 해(戊戌年)가 밝았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는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열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주거비용과 육아, 교육 여건으로 출산과 양육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사회적 여건이 좀 더 성숙되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그들의 황금빛 인생을 응원한다.

권주안 < 주택산업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