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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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두 나라 모두 70년 넘게 예루살렘이 자국의 수도라고 주장해온 가운데 미국이 공식적으로 한쪽의 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팔 분쟁의 시작은 7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엔은 1947년 영국 식민지였던 이 지역을 유대인(이스라엘), 아랍인(팔레스타인) 국가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공통 성지인 예루살렘은 누구의 소유로도 하지 않고 국제관리 체제로 남겨놓았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아랍권은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월 아랍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때 팔레스타인인이 살던 예루살렘 동쪽까지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포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불법 행위로 보고 있다. 이후 양측은 수많은 충돌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이-팔 분쟁 재점화…'중동 화약고' 예루살렘 어디기에
양측이 오랫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만큼 국제사회에서 예루살렘 문제는 대다수가 언급을 꺼리는 문제였다. 다른 나라들은 이들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주이스라엘 대사관도 예루살렘이 아닌 경제 수도 텔아비브에 두고 있다.

역대 미국 정부 역시 외교적 후폭풍을 우려해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한 것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라고도 지시했다.

트럼프가 '중동의 화약고'에 스스로 불을 붙인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공식 입장은 "대선 공약을 이행한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국 대사관을 유대인들의 영원한 수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에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많은 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공화당 내 복음주의자들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대사관 이전 문제를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방송에서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더욱 광범위한 평화협정 달성에 더 이로울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위기에 몰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확대로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