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점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맞을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독립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영국 개인소득(연간 중위소득 기준)의 회복세가 앞으로도 더딜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전망했다. 2019년 3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영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07년 2만4500파운드(약 3500만원)였던 중위소득은 2013~2014년 2만2500파운드까지 떨어졌다가 2017년에는 다소 회복한 2만3000파운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IFS는 5년 뒤인 2022년에도 중위소득이 2만3500파운드에 그쳐 2007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예산안에 담은 2017~2022년 국내총생산(GDP), 생산성 증가율, 평균소득 증가율 등을 토대로 예상한 수치다. 전날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2017~2022년 영국 GDP 증가율이 1.3~1.6% 수준으로 2%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예상보다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평균소득은 4.3~4.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역시 이전보다 0.3~0.8%포인트 낮춘 수준이다.

폴 존슨 IFS 이사는 “영국은 20년 동안 소득 증가가 없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간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도 “예산안에 담긴 경제지표 전망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가계 실질가처분소득이 19분기 연속 감소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최근 60년간 최장기 감소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물량 수급 차질을 우려한 영국 기업은 재고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의 분석을 인용해 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마이크 밀스 KPMG 선임컨설턴트는 “브렉시트 이후 통관 문제 등으로 주문한 물건을 제때 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기업들이 평소보다 15~20% 초과 주문하고 있다”며 “지난 18개월 동안 재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내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유통업체의 재고 물량이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