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와 기존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소비자가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핀테크업체 센트비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2015년부터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의 송금 형태를 파악해 기존 은행보다 3분의 1 이하의 저렴한 수수료로 이체 서비스를 제공했다. 비트코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비금융권 기업이 외화송금업을 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비금융권 기업의 소액 외화송금업이 가능해지긴 했다. 센트비도 소액해외송금법 인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사업을 확대하기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인허가를 받아도 결국 기존 은행 협조를 얻어야 송금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가 해외 송금 방식으로 사용하는 ‘풀링’ 또는 ‘프리펀딩’을 위해선 기존 은행과 제휴를 맺는 게 필수다. 풀링은 여러 건의 소액 송금을 하나로 모아 기존 은행 간 금융, 통신망을 통해 한꺼번에 보내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이다. 프리펀딩은 해외 대형 송금업체에 미리 목돈을 보낸 뒤 고객 요청에 따라 해외 협력사를 통해 현지에서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국내 은행이 해외 송금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데 있다. 자금세탁방지법 등 규제 때문이다. 풀링 송금에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유입돼 ‘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문제 발생 시 중개 은행이 수억달러에 이르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 기존 은행들의 주장이다.

두리는 국내에 활성화되지 않은 ‘펫보험’ 등 P2P(개인 간) 보험을 제공하는 업체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을 모아 보험회사와 연결해주면 보험사가 이들을 위한 보험을 개발해주도록 도와준다. 일종의 보험 공동구매다. 롯데손해보험과 제휴해 펫보험을 기존 가격 대비 15%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직접 보험금을 다루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만 보험계약 체결의 주체가 될 수 있어서다. 펫보험 외에 더 다양한 분야 보험을 출시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진영운 두리 대표는 “드론, 모바일기기 등에 대한 보험 수요가 높지만 보험사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손해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니즈를 먼저 파악한 뒤 이를 상품화하는 것이 P2P보험의 최종 목적이지만 보험사와의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