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외국기업 취업상담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 업체 인사담당자와 현장 면접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외국기업 취업상담회에서 구직자들이 참가 업체 인사담당자와 현장 면접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 박세혁 씨는 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에서 KOTRA 주최로 열린 ‘외국기업 취업상담회’에서 네 곳의 일본 기업과 심층 면접을 했다. 일본 기업 다섯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네 곳에서 면접 제안을 한 것이다. 문과 출신이지만 정보기술(IT) 엔지니어 직군으로 지원했다. 일본 IT 기업은 일본어 능력만 있으면 문·이과 구분 없이 직원을 뽑아 IT 인재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다섯 곳에 지원했는데 네 곳에서 면접 제안이 오다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면접 과정에서도 단순히 구직자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인재’로 대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99개 해외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한국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참석했다. 닛산자동차 유니클로 등 일본 기업과 선라이프파이낸셜 JD뱅크 등 캐나다 기업, 후버 등 독일 기업 등이 참가했다. 면접을 보기 위해 사전 등록한 취업준비생은 1313명, 이들이 제출한 이력서는 5497건에 달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이 특히 한국 인재에게 관심이 많았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사업을 맡고 있는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는 올해에만 4명의 한국인 IT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마사오카 세이치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 인사담당 임원은 “한국 구직자들은 한국어,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까지 능통한 글로벌 인재”라며 “일본 취업준비생들과 비교해 도전정신과 성장 의욕이 강하다”고 말했다.

일본 IT 기업 파소나테크는 한국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게 된 이유로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취업률이 높아 일자리를 골라 갈 수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 구직자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모르는 분야도 학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후버그룹은 국내 자동차업계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 인재 채용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 막 쌍용차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단계지만 본격적인 협업이 시작되는 3~5년 후에는 국내 자동차시장을 잘 이해하는 한국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니엘 뵈르츠 후버그룹 인사담당 매니저는 “한국 자동차시장과 독일 현지 자동차업계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KOTRA가 2013년부터 시작한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인 ‘K-무브(move)’의 일환이다.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이 사업을 통해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1776명이다. 올해는 355명이 취업했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2020년에는 연간 약 1000명이 해외 취업에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단순히 취업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공태윤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