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상품 따라 사망·장해·수술에 각종 비용까지 7가지 보장
매년 200만건, 사고보험금 지급 없이 해약…받을 일 없었나, 몰랐나

40대 직장인 A 씨는 10년 전 입사 후 지인들의 권유로 저축성보험에 3건 가입했다.

복리로 예정이율을 붙여준다는 적립보험, 최저이율을 보증하면서 투자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변액보험, 그리고 퇴직 후 연금처럼 나오는 연금보험이다.

보험료는 꼬박꼬박 급여계좌에서 보험사로 빠져나갔다.

매월 조금씩 불어나는 적립액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고, 수술을 받아 입원한 경우도 있었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난 경우도 있었다.

자신이 가입한 저축성보험에 이런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는 특약이 있는지 A 씨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대로 만기가 되거나 중도 해지하면 A 씨는 청구만 하면 받을 수 있는 사고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그만큼 보험사는 이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계약자들이 저축성보험은 목돈 마련 용도로만 생각하고, 보장 기능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고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해지되는 저축성보험 계약 규모를 알아보기 위해 박 의원은 금융감독원에 자료를 요청했다.

금감원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집계한 결과 2013년 215만3천 건, 2014년 219만5천 건, 2015년 211만8천 건, 2016년 207만9천 건이었다.
"꼬박꼬박 저축만?… 보장 못챙기면 눈뜨고 '보험 호갱'"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사고보험금을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해지된 저축성보험 계약이 매년 200만 건을 넘은 셈이다.

연평균 약 25조 원의 해약환급금이 지급됐지만, 해약환급금 말고도 챙길 수 있었을지 모를 사고보험금이 상당할 것이라고 박 의원은 추정했다.

거의 모든 저축성보험에는 최소 1가지의 보장 특약이 달려 있다.

대부분 사망 또는 생존이지만, 수술과 입원 또는 장해에 재물손해까지 보장하는 상품도 있다.

동부화재가 2013∼2015년 판매한 저축성보험은 사망, 장해, 수술, 진단, 입원, 배상책임, 비용 등 7가지의 보장 내용이 명시돼 있다.

메트라이프생명도 2013∼2015년 판매한 저축성보험에서 사망, 장해, 수술, 진단, 입원 등 5가지를 보장했다.

다만 금감원도, 보험사들도 미지급 사고보험금의 정확한 규모는 모른다.

보험금이 청구되지 않으면 지급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 보험 계약의 특성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권이 생겼는지도 모른 채 있었다면 '권리 위에 잠든 자'"라면서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캠페인'이라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의 중도보험금도 축하금, 자녀교육자금, 건강진단자금, 효도자금처럼 지급 사유가 명확해 이와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이 실효되지 않은 이상 해당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처럼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사고 보장은 된 것"이라며 "매년 200만 건이 모두 미지급 계약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계약 당시나 계약 이후에라도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에 보장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축성보험에 저축기능만 있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금감원이 매년 보험금 지급 없이 해지되는 규모를 알리고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