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일자리에 미칠 충격' 정책마다 따져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60일이 넘었지만 청년실업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일자리 추경’ 11조3000억원을 다급히 투입했으나 약효가 없다. 적폐청산을 놓고 정치권이 혈투를 벌이면서 일자리에 대한 언급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지난 18일 제3차 일자리위원회가 개최됐다. 일자리 비중이 막중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장관 없는 차관 대행체제로 굴러간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치솟으면서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상승했지만 두 종목을 빼고 나면 ‘빛 좋은 개살구’다. 반도체 수출 대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달러값이 떨어져 다른 수출업체는 채산성을 걱정한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0일간의 장기연휴가 급조되면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인파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여행비로 쓰인 거액의 외화가 환율 하락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직장을 잡지 못한 미취업 청년과 영세 자영업자는 텅 빈 도시에서 한숨으로 밤을 지새웠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인 공공일자리 확충 목표가 81만 명으로 구체화됐다. 공무원 및 공공부문 채용 확대와 정규직 전환은 지속가능성이 극히 의문이다. 민간부문과 경쟁하는 금융공기업을 비롯해 수익 범위 내에서 존립 가능한 기관의 인건비 폭증은 시한폭탄이다. 재정이 악화되면 구조조정 폭풍이 몰아치고 ‘중년 백수’가 양산될 것이다. 재취업 통로가 극히 제한적인 공공부문에서 초·중년에 밀려나면 남은 일생은 몽땅 망가진다.

민간기업과 자영업자의 고용능력은 악화하는데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부 정책은 쏟아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통상임금 범위 확대, 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폐기,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등 ‘줄줄이 사탕’이다. 일자리가 안정된 근로자에게는 혜택이겠지만 실업 청년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취직만 되면 대단한 혜택’이라는 말은 가혹한 희망고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극심한 노사갈등을 경험한 대형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및 아웃소싱을 늘리면서 심화됐다. 정규직 노조도 귀찮은 일은 넘겨주고 고임금을 챙기는 수단으로 내심 즐겼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사업 축소 또는 폐업으로 내몰린다. 비정규직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국내에 남아 어렵게 고용을 창출하던 중소업체도 해외로 옮길 태세다. 오랜 관행이던 통상임금 범위가 소급적으로 확대되고 정년 연장 후속조치인 양대 지침이 폐기되면 고용 관련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다. 채용 방법 및 근로시간은 사업 특성에 따른 유연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를 제한하면 고용 의욕은 꺾인다.

대기업 출자규제와 법인세율 인상도 투자와 고용에 부정적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해 큰 이익을 얻으면 투기자본이 몰려들어 경영권을 위협할 텐데 누가 투자하겠는가. 미래이익이 많이 남아야 투자를 늘릴 텐데 법인세율을 인상해 더 거둬간다면 누가 결단하겠는가.

청년실업은 5년짜리 로드맵으로 넘길 수 없는 하루가 급한 현안이다. 생애 첫 직장을 못 잡고 20대를 넘기면 결혼과 자녀 출산 등 인생설계가 모두 망가진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다. 건축허가의 ‘환경 영향 평가’와 같은 ‘일자리 영향 평가’를 정책마다 의무화해야 한다. 적어도 2년 동안은 일자리에 부정적인 정책은 전면 보류해야 한다. 일자리위원회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실업 청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 같은 호황 분야에서 2년 한시 채용의 훈련생을 모아 활로 찾기를 도와야 한다. 정규직 여부를 따지지 말고 현장 밀착형 교육훈련을 해 적절한 진로 찾기를 도움으로써 대기업 사회적 공헌의 극치를 보여줘야 한다.

일부 중소기업주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매달릴 만큼 구인난이 극심하다면서 오히려 우리 청년을 원망한다. 그런 공장을 찾아가면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 실태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중소기업 작업환경 개선에 정부 예산을 제대로 투입해야 한다. 기업의 해외 작업 현장에 우리 청년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새벽부터 뛰어다니며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는 기업가의 공헌도 공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