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익스체인지 "아드레날린 맞은 도시바, 삼성 따라잡는 데 주력"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낸드플래시 업계가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전열을 정비한 도시바가 생산능력 증대나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따라잡기'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마무리됨에 따라 3D(3차원)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에서 삼성을 따라잡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매각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도시바 메모리에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 삼성의 경쟁자가 되기 위한 작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새로운 주주들로부터 도시바 메모리에 유입될 자본은 '아드레날린 주사'와 같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는 데 평균 약 80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도시바나 그 파트너인 웨스턴 디지털(WD)이 독자적으로 생산설비 증대나 기술 혁신에 소요될 비용을 감당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이제 모회사와 독립된 도시바 메모리는 옛 모회사의 재정적 문제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매각 거래의 영향은 2018년 상반기 말쯤 뚜렷해질 것"이라며 "도시바가 3D 낸드의 생산능력과 수율을 끌어올리며 낸드플래시 시장에 공급 증가로 촉발된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낸드플래시 업계에 생산 증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인수자인)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한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은 모두 도시바 메모리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들이며 올해 낸드 공급 부족으로 난처함을 겪은 업체들"이라며 "계약이 완료되면 주요 고객사들은 주주로서 2018년 도시바 메모리의 설비 투자 규모와 생산량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남 연구원은 또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투자로 확보할 수 있는 실익이 낮아진 만큼 2018년 낸드 설비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