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허문찬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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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대 로펌 중 하나인 율촌 직원들은 10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를 떠나 작년 9월 문을 연 삼성동 파르나스타워로 이사하기 때문이다. 파르나스타워는 한강과 멀리 남산까지 보이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율촌은 이곳에 지상 22~24층, 33~39층 등 총 10개 층을 임차했다. 소순무 율촌 대표변호사는 “꼭대기에는 서울에서 가장 전망 좋은 카페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탁 트인 뷰’가 ‘4대 로펌 진입’을 노리는 율촌의 새 병기가 될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뛰어난 뷰=높은 전문성’…묘한 전망의 심리학

율촌이 파르나스타워로 둥지를 옮기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초특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사무실 조망이 영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게 로펌업계의 정설이다. 큰 사건을 앞둔 절박한 사건 의뢰인들에게 ‘뷰’는 로펌의 전문성과 동일시되는 묘한 심리적 장치로 작동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직원들에게도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자 자부심으로 작용해 업무 성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전망의 심리학’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수임료가 높은 주요 의뢰인일수록 가장 전망 좋은 방에서 미팅한다”며 “전망을 화두로 부드럽게 얘기를 풀어가면 효과 만점”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시내 중심가의 고층 빌딩, 전망 좋은 곳으로 경쟁적으로 파고들고 있는 배경이다. 이번에 율촌이 이사하면 법률 서비스는 물론이고 최고의 한강 전망을 두고도 법무법인 화우와 한판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삼성동 아셈타워에 자리한 화우는 최고층 34층에서 보는 전망이 좋기로 유명하다. 곡선형 복도가 뿜어내는 세련미와 그 뒤로 펼쳐지는 한강 파노라마 전경은 ‘세계 최고의 전망을 가진 로펌’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다.

김앤장도 독보적인 전망을 자랑한다. 경복궁과 광화문이 한눈에 보이는 노스게이트빌딩 내 김앤장 사무실은 들어서자마자 ‘카~’라는 감탄사를 부른다.

광장도 사무실에 들어서면 명동 거리와 남산 전경이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푸른 남산과 화려한 명동의 조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 관계자는 “명동 남산 남대문 시청이 모두 보이는 전망이라 한국의 문화와 경제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이 있는 명동 스테이트타워는 싱가포르국부펀드 소유로 건물 자체에 세련미가 묻어난다. 세종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초동에서는 법원·검찰 보이는 사무실 ‘품귀’

업무 전문성에서 로펌 간 차별성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점이 전망의 가치를 더 키우는 요인이다. 한 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이 약진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대형 로펌 간에는 전문성 측면에서 큰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며 “전망, 직원들로부터 받는 이미지 등이 신뢰로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가장 높은 층’과 ‘멋진 전망’에 대한 사랑은 로펌뿐 아니라 일반 변호사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변호사 사무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서초구 법조타운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법조타운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관 출신들은 특히 법원이나 검찰이 보이는 사무실을 좋아한다”며 “의뢰인도 높은 층의 사무실에 더 신뢰감을 가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빌딩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법원과 검찰이 보이는 사무실은 웃돈이 붙어 임대료가 세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초구의 층별 임대료는 고층일수록 높다. 서초구에 있는 빌딩 6~10층의 한 달 임대료는 ㎡당 평균 1만8700원(작년 4분기 기준)이지만, 11층 이상은 2만1000원으로 훨씬 높다. 그나마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반면 광화문 주변 사무실 임대료는 6~10층 2만2500원, 11층 이상 2만2300원으로 저층이 더 높다. 강남대로도 6~10층 2만3000원, 11층 이상 2만2600원으로 ‘고층의 메리트’가 없다.

글=고윤상/사진=신경훈·허문찬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