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용산CGV에서 관객들이 올 들어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0일 서울 용산CGV에서 관객들이 올 들어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영화 ‘택시운전사’가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배급사 쇼박스는 20일 “‘택시운전사’ 관람객이 개봉 19일째인 이날 오전 8시 기준 1006만8708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관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역대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19번째다. 지난해 ‘부산행’이 1156만명을 모은 이래 약 1년 만에 나왔다. 1000만 명 돌파를 개봉 19일째에 이뤄낸 흥행 속도는 개봉 12일째에 넘어선 ‘명량’(2014)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며 ‘부산행’과 비슷한 정도다.

주연 배우인 송강호는 사상 처음 ‘트리플 1000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괴물’(2006)과 ‘변호인’(2013)에 이어 ‘택시운전사’까지 주연으로 나선 세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유해진은 조연으로 ‘베테랑’(2015)과 ‘왕의 남자’(2005)에 이어 세 번째 1000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장훈 감독이 연출한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와 그를 광주로 데려다준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쇼박스 측은 “피해자가 아니라 일반인의 눈높이로 광주의 참극을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전 연령대를 끌어들인 게 흥행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른 지지

‘택시운전사’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뿐 아니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지 않은 2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CGV 리서치센터가 ‘택시운전사’ 관람객 연령대별 분포(2~15일)를 조사한 결과 10대 이하 3.6%, 20대 31.4%, 30대 24.8%, 40대 28.2%, 50대 이상 12.0% 등으로 나타났다. 20대와 50대 이상의 비중은 같은 기간 CGV 전체 평균치(20대 30.5%, 50대 이상 10.6%)보다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 37.1%, 여성 62.6%로, 전체 평균치(남성 36.6%, 여성 63.4%)에 비해 남성 비율이 높았다.

정치권의 단체관람 열풍도 한몫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영화를 관람했다.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지도부도 단체관람 대열에 동참했다.

◆택시운전사 역 송강호의 명품 연기

스크린과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데에는 극중 택시운전사 만섭 역 송강호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와 표현력으로 평범한 소시민이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뒤 겪는 내면의 변화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평범한 근로자의 정치적 각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송강호”라고 극찬했다. 중동에서 번 돈으로 택시를 마련한 그는 데모하는 학생들을 문제아라고 여기던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하지만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고 의식의 변화를 겪게 된다. 딸을 향한 홀아버지의 애틋한 부정은 만섭의 심경 변화를 더 드라마틱하게 해줬다는 평가다.

송강호는 2006년 ‘괴물’로 관객 1091만 명을 동원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변호인’으로 1137만 명을 모으며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자신의 주연작을 통틀어 총 관객 1억 명을 넘기는 신기록을 세운 그는 충무로에서 ‘믿고 보는 배우’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한다. 장훈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보편적인 연기를 하지만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새롭고 재미있게 표현해낸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