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의 덱케가 올초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에 참가했다. 덱케 제공
한섬의 덱케가 올초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에 참가했다. 덱케 제공
‘K패션’이 중국을 넘어 패션 본거지인 유럽에까지 진출했다. 글로벌 패션 시장으로의 확대는 산업 경쟁력 및 성장 동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산업은 리테일 규모를 기준으로 2014년 1조3000억달러에 달하며 2019년까지 25.4% 성장한 1조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패션산업은 K패션이라고 불리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의 성지인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까지 당당하게 입성했다. 120년 역사의 유수 백화점 ‘라파예트’의 러브콜을 받거나 현지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변을 확대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곳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로 파리를 공략하고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로 뉴욕 진출에 성공했다. 구호는 2016년 9월 뉴욕에 첫 입성해 노드스트롬, 레인크로러드, 싱가포르 클럽21백화점을 비롯해 캐나다 온라인 편집숍 센스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한섬의 시스템옴므. 시스템옴므 제공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한섬의 시스템옴므. 시스템옴므 제공
남성복 준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0년째 꾸준히 세계 4대 패션쇼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들도 준지를 애용한다. 미국 팝가수 리한나와 카니예 웨스트는 준지 마니아로 유명하고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2008년 펜디 컬렉션 피날레에 준지를 입고 등장했다.

준지는 현재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홍콩 등 30여 개국 100여 개 매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해러즈백화점에 팝업 매장을 열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날개를 달았다.

해러즈백화점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만을 입점시키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삭스(뉴욕), 갤러리 라파예트(파리)를 비롯해 편집매장 레클레어(파리), 조이스(홍콩·중국), 오프닝세리머니(도쿄) 등에 입점해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글로벌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올해 프랑스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섬은 2014년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쇼핑 명소인 마레지구에 의류 편집매장 ‘톰그레이하운드 파리’를 열며 첫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톰그레이하운드 파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에 시스템이 입점했다. 라파예트백화점은 프랑스 최대 백화점이자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쇼핑객이 찾는 ‘파리 패션의 상징’이다.

한섬은 중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섬은 지난해 중국의 수입 브랜드 유통전문 업체인 항저우지항실업유한공사와 시스템 브랜드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섬은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50개 이상의 유통망을 확보해 누적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경영 목표도 내놓았다.

LF도 헤지스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헤지스는 2007년 말 중국 굴지의 패션 기업 바오시냐오그룹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거듭해 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270여 개 매장을 확보하는 등 토종 캐주얼 브랜드 중 가장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브랜드로 꼽힌다.

이 밖에도 이랜드는 중국 내 44개 브랜드 73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패션 기업의 해외 진출은 국가마다 진출 방향성을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며 “유럽 지역으로의 진출은 단순히 수익성을 위한 시장 진출이라기보다 현지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선 당장의 가시적인 수익 증진보다 초기 투자를 통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하고 제고해 초석을 다진 뒤 더 큰 발전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