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8개 기업에 이어 오늘 7개 기업 총수 및 전문경영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한다. 앞으로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과도 별도로 만나기로 했다.

청와대는 어제 간담회에서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시간제한과 시나리오, 발표 순서, 발표 자료가 없는 ‘4무(無)’ 방식은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간담회 전 생맥주를 마시며 격의 없이 대화했다. 그렇다고 한담(閑談)만 오간 건 아니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등 핵심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기업인들은 규제 완화와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요청했다.

기존 관행과 질서에 익숙해진 기업인들은 이날 만남이 다소 얼떨떨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 기존 패러다임을 대전환한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질을 추구하는 소통 정신이 앞으로 더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는 과정을 통해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인식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일자리 정부’가 되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설득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주역은 기업이다. 대통령이 경청의 모습을 보여주면 기업들도 화답할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기업인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의 경제 번영을 이끌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주요 기업인들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수시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6%에서 3.0%로 높였다. 그러기 위해선 성장의 주역인 기업이 뛰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필수다. 지난 2분기 순이익이 급감한 현대자동차와 아모레퍼시픽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이 늘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게 기업의 세계다. 이틀간의 간담회가 문 대통령이 기업을 더 많이 이해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