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인 임금 기준으로 인한 혼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등의 법적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도 방치되면서 터져나온 문제들이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1060원)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불합리한 최저임금 기준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갑작스런 부담을 주는 데 더해, 대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을 더 끌어올리는 후폭풍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사설] 일그러진 임금기준이 낳은 소동과 기업들의 혼란
지금도 급여수준이 낮지 않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까지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은 ‘최저임금’ 기준이 실질임금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매달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최소한의 급여만 포함한다. 그러다 보니 성과주의 급여 체계를 도입한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4000만~5000만원 연봉을 받더라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최저임금 기준을 기본급 위주로 하면 총임금이 올라가 기업들이 필요 이상 부담을 질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여당이 경제전문가로 영입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예상효과 분석도 모호하게 여기까지 왔다. 대기업 노조의 선무당 소리를 당론이라고 받은 김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썼다.

야근 등 연장근로수당 지급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산업 현장의 혼란도 여전히 심각하다. 기아자동차 등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 해석에 따랐으나 노조로부터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당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저임금 계산 때는 기본급만 산입하고, 통상임금은 상여금, 식대까지 포함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기업의 목소리를 정부는 흘려들어선 안 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9월 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논의키로 했다.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최저임금 기준을 내놔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기준이 모두 ‘회사가 아니라 노조 친화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이다. 겉치레 논의에 그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