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판매하는 말리부 하이브리드 복합 연비는 17.1㎞/L다. 17인치 타이어 휠 기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17.4㎞/L, K5 하이브리드는 17.0㎞/L로 말리부의 연료소비효율은 우수한 편이다. (사진=쉐보레 홈페이지)
쉐보레가 판매하는 말리부 하이브리드 복합 연비는 17.1㎞/L다. 17인치 타이어 휠 기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17.4㎞/L, K5 하이브리드는 17.0㎞/L로 말리부의 연료소비효율은 우수한 편이다. (사진=쉐보레 홈페이지)
"보조금이 없으니 구매자들도 많지 않은데…"

지난 26일 경유차가 사회적 이슈가 돼 하이브리드 마케팅 할만하지 않냐고 물어보자 한국GM 직원이 내뱉은 말이다. 중형 세단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저공해차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친환경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애초 출시 때부터 판매량에 큰 기대를 안한 쉐보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늘어나는 추세인데 쉐보레는 제품 마케팅에 손을 놓고 있는 것.

한국GM의 이같은 반응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친환경차는 보조금을 받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도 일부 작용한 결과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국GM은 작년 하반기 내놓은 말리부 하이브리드 홍보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하이브리드차를 사면 보조금 100만원을 지원받는다. 취등록세 및 개별소비·교육세 감면을 포함하면 최대 37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이런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제값 주고' 친환경차를 구매해야 한다. 제품이 마음에 들어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도 괜실히 등을 돌리는 이유다. 반면 동급의 쏘나타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등은 세제 지원 대상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의 차를 만들다 보니 성능과 연비를 좋게 했지만 국내 규제를 만족하는 배출가스 품목 한두가지를 놓쳐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연비(17.1㎞/L), 성능(최대 182마력) 등 상품성만 놓고 보면 상당히 좋다. 1.8L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로 동력을 일으켜 복합 연비는 1등급을 달성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예상 연간 유류비 산출 내역을 보면 1년간 1만5000㎞ 주행거리 기준 한달 평균 10만6000원(연간 약 127만원) 밖에 들지 않는다.

말리부 하이브리드 LT(3180만원)와 비슷한 편의사양을 갖춘 말리부 1.5 LT 가격은 2600만원대다. 하이브리드차의 기술력, 성능 등을 따진다면 사실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차량과의 가격 격차가 크다고 볼 순 없다. 도요타 프리우스만 해도 준중형 코롤라와 가격 차이가 1000만원이 넘는다. 보통 디젤 차값이 가솔린 대비 평균 200만~300만원 비싼 점을 고려하면 고효율 디젤 세단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접근해도 괜찮다는 얘기다.

말리부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한 달에 평균 30~50대 선에서 팔리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보조금이 없는 데도 구매자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영업만 더 적극적으로 뛴다면 한달에 100대 이상은 충분히 팔 수 있는 차다. 소비자들은 3180만원을 쓰더라도 고효율 연비와 주행 성능 등 제품력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구매를 하게 돼 있다.

쉐보레가 말리부 하이브리드 판매를 포기하긴 이르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전보다 친환경 하이브리드차가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들도 그 어느 때보다 정숙하고 환경친화적인 하이브리드차 구매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