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일자리 해법은 기업에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만들기는 마치 성전(聖戰)을 치르듯 절대적인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미 미니 국무회의급이라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뿐 아니라 일자리수석, 일자리 상황판 등이 청와대에 설치됐다. 문 대통령은 당선 후 첫 국회 연설에서 11조7000억원의 일자리 추경 예산을 요청하며 “성장을 이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패러다임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런 패러다임은 시장경제 역사상 초유(初有)의 개념이 될 것이다. 경제성장이란 국민경제에 부가가치와 소득이 창출·증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 결과 각 분야에 수요와 생산이 늘어나 고용 증대와 임금 상승이 뒤따르는 것이 상식적인 과정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먼저 만들어 임금소득을 늘리면 국민의 구매력 증대와 소비 및 생산 유발이 뒤따른다는 소위 ‘소득주도성장’을 설득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런 ‘돈 풀기’ 효과는 임금소득이 아니라 공중에서 헬리콥터로 살포해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일시적 국가경제 침체에 대응해 단기적 경기 부양을 노리는 데 유효한 처방이지 경제성장을 이끄는 장기적 구매력이 되기는 어렵다. 오늘날은 세계 모든 기업이 국경을 넘어 자유로이 경쟁하는 시대다. 국민에게 아무리 많은 돈을 뿌린들 기업경쟁력이 없는 나라는 종국에 남의 나라 좋은 일만 시키고 국내 생산과 고용 기반은 황폐화를 계속하게 된다. 베네수엘라나 그리스가 그런 꼴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저성장·실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지구촌 시장경제에서는 기업이 생산과 고용의 주체이므로 문제의 해법은 기업에 있다. 나라가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기업이 늘어나고 자본축적·기술혁신·국제경쟁력 제고를 이룰 수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상품·서비스 수요를 이끌어올 수 있어서 경제성장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러나 나라마다 정치·경제·사회적 사정이 달라 정책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대통령의 의지와 예산 투입만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이것으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면 지구상 어떤 국가가 이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지난 5월 동시에 새 정권을 출범시킨 프랑스와 한국은 일자리와 성장 문제를 대처함에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공무원 12만 명 감축 등을 통한 재정적자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81만 명의 공무원·공공직 증대, 최저임금 1만원, 성과연봉제 폐지를 추진하고 노동시장 개혁의 저항세력인 기득권 노조의 지지를 받아 법인세 인상을 주장해 왔다. 프랑스는 친(親)기업 시장 개혁을, 한국은 정부 주도 양극화 해소를 성장·고용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양국 중 누가 현명했는지는 세계의 양식과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우리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가 일자리라는 것은 반가운 일이며 옳게 인도된다면 대한민국 고용 창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구성원 각자가 역할과 본분을 가지며 자기 분야에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쌓아 간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역할이며 이를 위한 정책, 제도, 시장 기반 조성은 정부가 할 일이다. 만약 일자리가 지극히 중요한 국가 일이라 국정책임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진영의 믿음보다 일자리 전문가 의견을 듣고 존중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수출 광(狂)’이라 할 만했다. 그는 매월 수백 명의 경제장관, 관료, 단체, 기업인 등을 소집해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주재해 전월의 수출 동향, 실적, 문제 등을 점검하고 수출에 공이 큰 기업인, 기술자 등을 포상했다. 그 자리에서 수출업계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해 관련 장관에게 조사·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박 전 대통령은 수출 전문가가 됐고 전대미문의 친수출 국가가 탄생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열정으로 기업의 말을 듣고 행동한다면 전대미문의 일자리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