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그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연 첫 정책간담회에서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옆에 규제개혁 상황판도 같이 설치해 달라”는 건의가 그것이다. 김 회장은 “정부의 지금 일자리 창출 활동은 마중물이며, 일자리의 최종적인 공급처는 결국 기업”이라며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규제완화”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다.

김 회장은 구체적인 정책제안도 했다. 인천공항 인근에 정부 주도로 대규모 의료 복합단지 조성, 잠실 마이스(MICE) 인프라 조기 확충 등이다. “이런 방면의 정책이 채택되면 10만~20만 명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그의 예측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요컨대 일자리 창출 문제에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당장의 돌파구이며, ‘규제개혁’이 이를 위한 1차 관건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청와대가 이런 요청에 적절한 응답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관급(官給)의 공공 일자리 확대 등 일련의 ‘논쟁적 정책’과 균형을 맞추며 민간에서 ‘버젓한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하기 위해서도 청와대발(發) 규제혁파론이 절실하다.

해외를 봐도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메가트렌드는 국제 경쟁의 물결을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규제의 75%를 철폐하겠다며 새 규제를 만들 때 기존 규제 2개를 없애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단행했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에 규제 문제를 담은 일본의 철폐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국가전략특구 지정 등으로 수도권 규제까지 걷어내기 시작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국가별 보고서로 규제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낡은 규제를 없애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해 정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그런 의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지시로 규제개혁이 나와야 움직이는 게 한국 관료들이다. 규제의 총량 관리를 위해 2014년 도입됐으나 총리훈령으로만 남아 있는 ‘규제비용관리제’를 법률에 담아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