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 초안이 다음달 중순 확정되는 등 검찰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 초안이 다음달 중순 확정되는 등 검찰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를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견제가 없다 보니 엄정한 범죄 수사를 통한 공익 보호 대신 조직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검찰에 집중된 힘의 분산, 법무부의 탈검찰화, 기소권과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를 3회에 걸쳐 점검한다.

검찰 개혁은 과거 정부에서도 단골 과제였다. 하지만 성공한 적은 없다. 노무현 정부는 비(非)검찰 출신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내세웠지만 검찰의 조직적 저항에 막혀 실패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개혁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강경파로 꼽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하면서 검찰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강골’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는 등 인적 쇄신도 시작했다.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없는 와중에 밀어붙이는 데서 새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직 보호가 최우선인 검찰

검찰은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 지시에 따른 ‘하명 수사’에서 잘 드러난다. 2015년 이완구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직후 검찰은 포스코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시작했다. 8개월 동안 ‘먼지떨기식’ 수사를 벌였지만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 주요 피의자는 올초 모두 무죄 판결(1심)을 받았다. 민영진 전 KT&G 사장도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가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권력지향적인 일부 정치 검사가 검찰권을 출세 수단으로 사유화하는 행태는 고질병이다. 수사권과 공소권 독점, 상명하복 문화가 맞물리며 검찰은 공익보다 조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진화했다. 정권 교체기에는 ‘딜’을 위한 사건을 차곡차곡 쌓아둔다는 말도 공공연하다. 깊숙한 권부의 약점을 내보이며 조직 보호에 급급한 행태다. 결국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비대해진 권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견제와 균형' 칼날 위에 선 검찰…"수사청·공소청 분리" 목소리 커져
◆‘수사청’과 ‘공소청’ 분리도 대안

검찰이 수사부터 공소 제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점하는 현 제도는 효율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 수사 착수, 진행, 기소가 일사불란하다. 하지만 무리한 기소와 인권 침해라는 부작용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수사 검사가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면 인지적 편견에 의해 사실을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심리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한다. 범죄를 입증해 기소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검사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에만 매몰되는 ‘터널 시야’에 갇히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수사·기소 독점은 인권 침해로도 이어진다. 수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을 들춰내 피의자를 압박하는 ‘별건 수사’가 대표적이다.

한국 검찰의 비대한 권한은 유례가 없는 만큼 수사청과 기소청으로 분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사와 사법경찰이 포함된 수사청은 수사를 전담하고 검사로 구성된 공소청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공소청 검사는 객관적으로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범죄별로 기준 형량을 정해 판사들이 참고하는 제도인 양형기준제를 기소 과정에 응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출신인 임수빈 변호사는 “죄질, 범죄 유형, 범행 동기, 결과 등을 점수로 환산해 기준에 미달하면 기소유예하는 기소기준제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