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인공강우와 기우제
‘레인메이커(rainmaker)’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원래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인디언 주술사를 뜻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호피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올리면 100% 확률로 비가 내렸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비를 부르는 주술사가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고 믿었다. 레인메이커가 ‘행운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사업을 잘하는 사람’ ‘영업실적 우수자’라는 뜻도 있다. 조직과 회사의 영업 성과에 단비를 내리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요즘엔 인공적으로 비를 만들어내는 인공강우 전문가를 레인메이커로 부른다. 인공강우는 요오드화은(AgI)이나 드라이아이스 등을 구름에 뿌려 물방울이 생기게 하거나 얼음 결정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최초의 인공강우 실험은 1946년 미국에서 있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빈센트 셰퍼 연구원은 비행기를 타고 4000m 상공으로 올라가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눈송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세계 50여 개국에서 날씨 조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강우를 적극 활용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화창한 개막식 행사를 위해 인공강우를 동원하기도 했다. 구름 낀 하늘에 요오드화은을 뿌려 서둘러 비가 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구름을 없앴다. 중국은 지난 5월에도 랴오닝성, 지린성 등의 가뭄 해소를 위해 인공강우용 로켓을 발사했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도 인공강우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을 중심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초보적인 단계다. 지난해 3월 강원 평창에서 ‘인공 눈’ 실험을 한 기상청은 올 하반기엔 다목적 항공기를 들여와 인공강우 실험에 나선다고 한다.

인공강우 기술에도 한계는 있다. 현재까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서는 비를 만들 수 없다. 투입 비용에 비해 강우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인공강우는 다른 지역으로 가는 비구름을 뺏어가는 것이어서 윤리 문제도 제기된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식수 및 공업용수가 부족한 지역도 늘고 있다. 충남 홍성과 예산, 전북 고창, 경남 합천 등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잇따라 기우제 행사가 열렸다. 장마전선 영향으로 오늘 저녁부터 제주도에 비가 온다지만, 내륙 지방은 다음달 초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가뭄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