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학과 국회…식물원과 정글 사이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이 됐다. 이전에 재직한 학교는 서강대교 북단에 있으니 다리를 사이에 두고 위치 이동을 한 셈이다. 대학에서 국회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심리적 거리는 매우 멀다. 대학이 평온한 식물원이라면 국회는 변화무쌍한 정글로, 정치적 격변기를 보낸 지난 1년은 더욱 그랬다.

대학에서는 주변 현상을 수학과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여론조사의 경우 정치적인 함의를 찾기보다 표본 수, 표본오차 등을 눈여겨봤다. 학생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게 하려면 어느 학년 어떤 단원에서 가르쳐야 할지 고민했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관련 제도와 정책은 무엇이며, 어떤 법률적 기초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국회 상임위원회, 지역구와 연결시켜보는 습관도 생겼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라면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이지만 화력발전소 문제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국가 간 협상 측면에서는 ‘외교통일위원회’, 그리고 지역구로는 화력발전소가 유독 많은 충청권의 관심사라고 정리하게 된다. 이처럼 사고방식이 달라졌지만 수학적 사고의 관성은 여전히 작용한다. 머릿속에 상임위와 지역구를 x축과 y축에 놓고, 좌표평면의 적당한 좌표에 그 주제를 위치(mapping)시켜보곤 한다.

다양한 배경의 보좌진과 함께하는 즐거움도 있다. 의원실에서 ‘싱스트리트’를 관람한 적이 있다. 존 카니 감독의 전작 ‘원스’ ‘비긴어게인’을 믿고 선택한 영화로,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주인공 코너는 모델 지망생 루시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밴드를 한다는 말을 한다. 무심코 던진 이 말을 지키기 위해 코너가 우여곡절 끝에 밴드를 결성하고 노래를 만드는, 일종의 성장 영화다.

보좌진은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영화를 해석했다. 교육담당 보좌관은 주인공이 전학 간 학교에 사학비리가 있고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장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여성담당 비서관은 영화에 드리워진 퀴어문화 코드를 언급했다. 문화담당 보좌진은 더블린에서 런던으로 떠나는 장면은 사후세계에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보좌진은 내가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글 국회에서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일이 생길까 호기심 천국으로 출근한다.

박경미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kparkmath@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