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눈] 박현희 농협은행 본점영업부 WM팀장 "경기 점진적 회복…반도체 장비·대형 IT주 관심을"
“올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대형 수출기업, 대형 내수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겁니다.”

박현희 농협은행 본점영업부 WM(자산관리)팀장은 지난 26일 “글로벌 및 국내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상황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자산은 주식”이라며 “코스피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인 만큼 충분한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코스피지수는 2500~260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주식투자가 매력적인 것은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정부가 금리를 올릴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예·적금과 같은 안정적인 투자자산은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식 가운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 정보기술(IT)주 투자를 추천했다. 반도체 장비 관련 종목이나 디스플레이 종목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봤다. 또 IT주가 아니어도 밸류에이션 대비 성장성이 높은 종목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수출기업들은 갈수록 국내 수출지표가 나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 투자하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품주처럼 업황에 따라 이익 폭이 좌우되는 종목 투자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박 팀장은 “이런 종목들은 금리 상승에 따라 이익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데, 향후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소형주는 6개월 이상 투자할 계획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대형주가 오르고 난 뒤에야 주가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 팀장은 “중소형주의 전반적인 회복세는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이 될 것”이라며 “장기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중소형주를 어느 정도 보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와 관련해서는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쪽 자산을 추천했다. 미국에 비해 가격이 싸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서 향후 빠른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국가가 포함된 유럽 채권형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시아 지역 및 신흥국 중에서는 저유가 수혜국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세가 제한적인 만큼 낮은 유가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국가 위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브라질은 연금개혁 승인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 빠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팀장은 “금리는 높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채권에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하는 고수익·고위험 하이일드펀드, 커버드콜 펀드 등도 좋은 투자자산”이라고 권했다. 또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금 투자나 국공채 투자는 매력이 낮다고 평가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올해 말까지 1100~1150원의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팀장은 “국내 경기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원화가 강세를 띠는데,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미국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할 때 달러 투자도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이유다. 박 팀장은 “향후 5년간 서울 지역의 일부 아파트 가격은 물가상승률 이상 오르겠지만 서울 이외의 대다수 지역 아파트는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값이 하락할 것”이라며 “서울 강남처럼 수익률이 확실한 지역이 아니라면 부동산 투자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