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글이 세계적인 혁신기업이 된 데는 차등의결권으로 경영이 안정된 것이 주요인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구글 공동창업자는 1주1표가 아닌, 1주10표의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전체 지분의 63.5%를 확보하고 있다. 그 덕에 적대적 M&A나 단기 실적에 노심초사하지 않고 미래가치를 중시한 과감한 R&D와 인력 투자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구글이 2004년 상장 이후 11년간 매출 24배, 영업이익 30배, 고용 21배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밑바탕이다.

구글뿐만이 아니다. 중국 알리바바가 2014년 상장 때 홍콩 대신 뉴욕 증시를 택한 것도 차등의결권이 결정적 이유였다. 창업자 마윈은 10% 미만 지분으로도 경영권 방어에 급급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워런 버핏은 벅셔해서웨이 1주당 1만개의 의결권을 가졌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 주요국들이 모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삼성전자 대주주보다 낮은 지분율로도 압도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인 차등의결권이 유독 한국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대주주 특혜 반대, 소액주주 보호란 이분법에 막혀 변변한 논의조차 없다. 오히려 대주주 규제를 더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가차익과 배당이 관심사인 소액주주를 위한 정책인지도 의문이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우호지분 확보 등에 에너지를 소모할수록 구글과 같은 과감한 혁신 투자는 멀어지게 된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벤처·중소기업들로선 경영권 위협 없이 외부자금을 조달하기도 막막하다. 이는 일자리와도 직결된 문제다. 하다못해 주식 장기보유자에게 의결권을 더 주는 ‘테뉴어 보팅’이라도 검토할 때가 됐다. 차등의결권은 특혜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