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제품·서비스 융합이 새 일자리 만든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촉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연 그럴까.

1차 산업혁명 때를 돌이켜보자. 인류는 증기기관 발명으로 새로운 작업 처리시스템을 발명했다. 그러나 1800년대 초 당시에 기계는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괴물로 인식됐다. 조직적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이유다. 그 당시 수많은 경공업에 이어 중공업의 탄생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그런 혼돈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인류는 기존 일자리를 스마트팩토리, 3차원(3D) 프린터 등 완전 자동화시스템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는 다시 1차 산업혁명 당시와 같은 혼란을 겪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ICT로 탄생한 스마트폰과 관련 서비스산업(이하 스마트폰산업)을 잘 분석해 보면 미래에 나타날 산업의 형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고 ICT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하는 고급 서비스 때문이다.

스마트폰산업의 첫 번째 특징은 그것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사용하기 좀 더 편리하게 만든 기존의 전통적 서비스라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여러 서비스가 하나의 ICT 기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모든 서비스에 글, 그림, 영상이 가미되는 인문예술의 융합체라는 것이다. 관련 산업 통계가 없어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확대된 일자리가 막대하다는 것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K팝, 한류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영향력은 모든 콘텐츠산업에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산업은 제품과 기술 기반 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미래형 서비스산업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콘텐츠산업의 경우 국내 산업은 연평균 약 8%, 세계의 콘텐츠산업은 연평균 약 5%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생산 기반 위에 서비스를 접목해 부가가치가 높은 세계적인 산업으로 변모시킨 사례로 프랑스의 농업을 꼽을 수 있다. 농업 생산 기반 위에 서비스 인증시스템을 구축해 오늘날 프랑스 요리를 세계 최고 요리로 등극시켰다. ‘포도막걸리’에 그칠 수도 있었을 와인을 전 세계가 열광하도록 만든 것도 서비스화가 가져올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에너지산업 서비스화의 당위성도 살펴보자. 올초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논문에 의하면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자신의 경제정책 성공에는 청정에너지 활용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강조하고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분야에서만 36만 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스마트 그리드 기술과 같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하나로 연결하는 스마트한 ICT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즉 일방향의 생산공급 체계에서 에너지 프로슈머를 위한 에너지 서비스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에너지 비용 감소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질 높은 서비스는 탄탄한 제조 기반에서 온다. 우리나라의 제조 기반은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한 편인 만큼 전 산업 분야에서 정책의 방향을 통합서비스 관점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국가가 될 수 있다.

권혁인 < 중앙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