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법인세·지방재정이 국정기획의 급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보름간의 인사는 찬반을 떠나 신선하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의 소속 캠프를 가리지 않는 탕평인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인선 배경 설명도 당당하다. 측근을 배제하고 현직 공무원인 기획재정부 예산심의관을 청와대 총무책임자로 기용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결단이다.

권위정부 시절 청와대 총무는 군대에서 부리던 부하 차지였고 김영삼 정부 이후에는 집사 출신 독무대였다. ‘내곡동 땅’ 문제가 불거진 이명박 정부 시절 필자는 “집사 출신 ‘靑 총무’ 청산할 때다”는 다산칼럼(2011년 10월31일자)을 게재했다. 김영삼 정부의 장학로·홍인길,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최도술·정상문 등이 불법 자금 집행과 뇌물수수로 옥살이했고 대통령 일가도 휩쓸렸다. 청와대 살림의 최종 결재권자인 대통령과 총무책임자 사이에는 적절한 긴장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보궐선거로 줄어든 대선 기간 동안 서둘러 내놓은 공약이 많았고 재원 대책도 부실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능을 대신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약사업 우선순위 조율을 포함한 국정 5개년 계획 수립에 나섰다. 최고의 세제 전문가이면서도 교육행정 및 지방자치 경험이 풍부한 김진표 위원장과 위원들의 책무가 막중하다.

일본과 미국 일자리는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호황이고 유럽 각국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악이다. 직장 잡기는 ‘별 따기’고 힘들게 비정규직으로 취직해도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문재인 캠프의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은 소요 재원과 지속 가능성이 장애물이다. 세금을 더 거두면 민간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 투자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기업이 쌓아둔 유보이익을 환수하자는 법인세 인상 분위기가 퍼져 있다. 우량기업이 보유 현금을 늘리는 것은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 기회를 노리는 경영전략이다. 법인세를 인상하더라도 과거 이익에 대한 소급과세는 불가능하다. 남미와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를 제외하고는 법인세 인하가 대세다. 우리만 법인세를 인상하면 투자 유치 경쟁에서 밀려나 일자리가 사라진다.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트럼프 정책도 미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국내로 유턴시켜 일자리를 늘리려는 의도다.

법인세 인상보다는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이익배당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배당세액공제는 축소하고 비상장주식과 상장주식 대주주 보유분에 대한 양도소득 세율을 현재보다 높이고 상장주식 소액주주에 대한 과세 제외도 폐지해야 한다. 주요 국가 중 우리처럼 소액주주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나라는 멕시코와 체코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 비중은 75 대 25인데 중앙과 지방의 세출 비중은 40 대 60이다. 중앙정부가 거둔 국세를 지방에 교부금 등으로 지원한다. 지방의회가 지방세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국제적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국회가 제정한 지방세법과 예산 관련 법률에 따라 지방재정이 운용된다. 지방재정의 책임 의식은 약하고 낭비는 극심하다. 광역단체인 특별시·광역시와 도(道)의 지방세 배분 방식도 다르다. 세수 비중이 큰 지방소득세는 특별시·광역시에서는 광역단체에 귀속되지만 도에서는 기초단체인 시·군 차지다. 국세인 법인세와 소득세 세수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에 10%를 덧붙인 지방소득세는 광역단체 중에서는 서울시, 기초단체 중에서는 경기 성남시에 집중된다. 서울은 청년수당, 성남은 청년배당을 강행하는 뒷배경이다. 서울·성남시장은 폼 나지만 다른 지역 미취업 청년들은 “웬 차별?”을 호소하며 단체장과 정부를 원망한다.

광역단체인 울산보다 기초단체인 수원 인구가 더 많은 불균형도 조정돼야 한다. 과소한 자치구와 시·군은 통합하고 취학아동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자치 예산도 재조정해야 한다. 지방세 개편을 통해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높이고 일자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법인세 인상보다는 조세체계 전반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