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업체인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신설해 2018년 7월까지 103개 하청업체(대리점) 직원 5189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한경 5월22일자 A1, 5면 참조). 이 회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청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첫 민간 기업이 된다. SK브로드밴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 나름의 오랜 검토를 거친 결과이고, 대리점주를 센터장 등으로 고용키로 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됐다. 회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일률적인 영향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하청·원청업체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는 어떤 식으로든 파장이 예상된다.

하청·파견 형태로 일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인 현실에서 SK브로드밴드 방식이 모든 기업들에 모범답안일 수는 없다. 대기업들로 하여금 하청·파견업체 직원을 직접고용 방식으로 바꾸라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에 호응한다면 해당 중소기업들은 일감을 한꺼번에 잃을 판이다.

전체 근로자의 약 40%(2015년 기준)가 비정규직이지만 사회적 갈등이 별로 없는 일본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일본 정부는 작년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을 핵심으로 하는 ‘근로방식 개혁안’을 내놨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 등 큰 틀만 제시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알아서 근로 형태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식이다. 어젯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전·전자업체인 파나소닉 등 일본의 상당수 기업들은 파견 회사, 파견 직원 등과 협의를 거쳐 정사원, 무기 계약직, 시급제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계약을 맺는다. 기업들은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근로자들도 자신의 사정에 맞는 근로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고용시장을 정부가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놨더니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나고 근로자들도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다. 일본보다 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가 까다로운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이 ‘간접고용을 포함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새 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을 의식하는 순간 노동시장은 더 꼬일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