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NH농협생명 연도대상을 받은 지준옥 강릉지점 팀장이 자신의 영업 소신을 설명하고 있다. NH농협생명  제공
올해 NH농협생명 연도대상을 받은 지준옥 강릉지점 팀장이 자신의 영업 소신을 설명하고 있다. NH농협생명 제공
보험 영업은 어렵다. 한 번 계약으로 길게는 30년 가까이 보험료를 내야 하는 까닭에 상품을 살펴보는 소비자는 대단히 신중하다. 40만 명에 달하는 생명보험 설계사 가운데 상당수는 1주일에 계약 한 건 맺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답은 있는 법. 보험 영업을 쉽게 풀어내는 고수도 있다.

지준옥 NH농협생명 강릉지점 팀장은 지난해 총 188건, 이틀에 한 건꼴로 계약을 따냈다. 18년 연속 연도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일곱 번이나 대상을 받은 ‘보험여왕’이다. 인구가 21만 명에 불과한 강릉시에서 전국 수위에 오르는 비결은 무엇일까. 지 팀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품을 판다는 생각보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팀장은 ‘1일 2인 원칙’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세 명 이상 고객 상담을 하지 않아서다. “시간에 쫓기듯 설명을 하다 보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날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보험은 정말 진심을 갖고 대해야 하는 상품”이라며 “그런 상품을 다루는 설계사는 고귀한 직업이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 팀장과 농협의 인연은 오래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1985년 농협에 입사했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남편도 만났다. 1996년에는 농협중앙회 전국 최연소 과장으로 발탁될 만큼 업무 능력이 탁월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그의 운명을 바꿔놨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직장을 떠나야 했다. 지 팀장도 그때 사표를 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됐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퇴직 후 계약직 보험 영업사원으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소득과 정년이 보장된 정직원에서 계약직 영업사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지 팀장은 “농협 직원이었을 때 보험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낯선 일은 아니었지만 제가 터를 닦은 동해·삼척이 아니었기에 첫 영업은 어려웠다”며 “인맥 하나 없는 강릉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외환위기 여파로 불고 있던 명예퇴직 바람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수억원의 퇴직금을 받는데도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생애주기에 따른 재무설계가 중요했지만 전문가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지 팀장은 자신의 전문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재정설계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공공기관을 찾아 재테크 강의를 자청했다. 강연을 요청하는 곳이면 동사무소, 교도소 등을 가리지 않았다. 지역 신문에 재테크 칼럼을 연재하고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 팀장은 설계사를 시작한 1999년부터 연도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처음에는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며 “사람들은 설계사로 활동하며 맺은 수천 건의 계약에 주목하지만, 수만 번의 거절을 경험한 밑거름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사가 보험뿐 아니라 고객의 재정과 관련한 모든 것을 설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인생주기에 따른 자금 마련 계획과 재정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 팀장은 “성심껏 대화하다 보면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며 “상품보다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영업을 오래 하다 보니 고객 자녀들이 신규 계약을 맺곤 한다”며 “자녀들이 찾을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