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인의 '나눔 DNA'
남도 지역에 ‘세 덤이 있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밥을 지을 때 식구 외에 세 사람의 몫을 덤으로 더해 밥을 짓는다는 뜻이다.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배고픈 이웃이 집을 찾았을 때 언제든 먹을 것을 나눠주기 위한 아름다운 풍습이다.

이뿐이랴. 이사 다음날 이웃에 떡을 돌리고, 동짓날 액운을 쫓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이웃 간 팥죽을 나눠 먹던 전통 곳곳에 나눔정신이 깃들어 있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물고기와 동물, 새의 주린 배까지 위하는 어부식, 고수레, 까치밥이 그것이다. 정(情)이 많은 한국인 몸속 깊이 ‘나눔 DNA’가 흐르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김장도 한국 고유의 나눔 문화로 빼놓을 수 없다. 김장은 겨우내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 이상으로 상징적인 정서를 내포한다. 김장은 이웃끼리 모여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만남의 자리이자, 품앗이로 서로 김장을 돕고 나누던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다.

김장 문화는 그 우수성과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가 전통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해야 할 문화적 자산임을 확인한 것이다.

필자도 국내 포장김치 1위 브랜드 ‘종가집’을 운영하면서 매년 김장 나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나눔과 이웃사랑 정신이 담긴 김장 문화를 유지하고 전파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올해는 김장김치가 떨어지는 봄 시즌에 맞춰 어려운 이웃에게 김치와 반찬을 전달했다. 종가집에서 전달하는 김치와 반찬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삶의 근간이 되는 밥상에 작은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진심을 다해 나눔에 동참하는 임직원과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한 봉사의 마음으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청정원 주부봉사단’을 마주하고 있으면 한국인의 나눔 DNA가 얼마나 위대한지 실감한다. 더불어 기업인으로서 사회에 공헌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다시 한번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다.

세상인심이 각박한 때라지만 그럴수록 이웃과 마음을 나누던 선조들의 풍습을 되새길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에게 내재된 나눔 DNA를 끌어올려 우리 사회 더 많은 곳에서 한국형 나눔 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필자 역시 적극 동참하며 힘을 보태겠다.

임정배 < 대상 대표 limjungbae@daes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