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겠다며 공약한 ‘지주회사 규제 강화’가 현실화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현행 ‘20% 이상’(상장사 기준)에서 ‘30% 이상’으로 올리면 24개 지주사가 요건 충족을 위해 투입해야 할 돈만 3조28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주사 부채비율 상한까지 낮춰지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기업경영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게 뻔하다.

중소·중견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자회사 지분요건 강화로 직격탄을 맞게 되는 24개 지주사 중 중소·중견기업 지주사가 22곳이다. 지주사 부채비율 상한을 200%에서 150%로 낮출 경우도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8곳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재벌개혁’으로 중소·중견기업이 더 유탄을 맞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주사 규제 강화가 신산업과 인수합병(M&A)에 미칠 악영향이다. 새로이 규제받게 될 22개 중소·중견기업 지주사만 해도 대부분 게임,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지주사들이다. 신성장 기업이 타깃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신산업 진출, M&A 등의 투자 또한 움츠러들 건 자명하다. 선진국도 하지 않는 과도한 지주사 규제 환경에서는 구글이나 GE처럼 다각적으로 신사업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새 정부는 지주사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지주사 제도를 왜 허용하게 됐는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책 권고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및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후 정부는 지주사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몇 차례 규제를 완화하기까지 했다. 모두 새 정부가 계승하겠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주사 역차별을 더 강화하겠다면 기업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최소한 동등하게 신산업 경쟁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지주사 규제를 싹 걷어내도 부족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