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10%에서 30%로 확대된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차관회의를 열고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만기 1년 이내 어음 발행을 허용하는 등 초대형 IB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부동산 투자 한도를 30%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금융 조달이라는 초대형 IB의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부동산 투자금은 기업금융 의무비율(50% 이상)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당초 초대형 IB가 어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10%로 제한키로 방침을 정했다. 자칫 돈줄이 부동산 투자로 흐르면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한다는 초대형 IB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증권업계에선 시작도 하기 전부터 ‘규제투성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상에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한도를 30%까지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의 ‘부동산 10%룰’ 완화로 초대형 IB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면 발행어음 조달 자금의 나머지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행어음 만기는 1년이지만 부동산 투자 기간은 통상 5년 안팎으로 길기 때문이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메자닌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날 차관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은 다음달 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이어 금융당국은 업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뒤 초대형 IB 인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심사에 1~2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6월 말부터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