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어제 상원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 핵 위협과 대북정책에 대해 합동 브리핑을 했다. 하원의원들에겐 의사당에서 비공개로 설명했다. 백악관 브리핑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관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 국장은 백악관 브리핑 뒤 북한에 대한 ‘통첩’ 성격의 합동성명까지 발표했다. 미 행정부의 이런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에는 더 이상 도발을 말라는 경고를, 중국에는 북한 제재에 적극 나서달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세제개편안 등 여러 현안을 두고 마찰을 빚었으나 북핵 위협만큼은 일치단결해 대처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초당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브리핑을 들은 상·하원 의원들 사이에선 북핵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정신이 번쩍 드는(sobering) 자리’였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합동성명에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담겼다. 이른바 ‘압박작전’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경제·외교 압박을 통해 북핵을 포기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협상 가능성도 열어놨다는 점이다. 자칫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북한이 직거래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이렇게 긴박하게 움직이는데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인 듯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북성명은커녕, 북핵 해법 논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은 국가 존망과 직결된 문제다. 아무리 대선기간이라 하지만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