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전달 넘어 자립까지 돕는 기업 사회공헌
현대자동차그룹 기프트카 청년창업 캠페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기프트카 청년창업 캠페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복지단체를 찾아가 기부금만 전달하던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저마다의 ‘전공’을 살려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다.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원칙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꾸는 기업도 늘고 있다.

주특기 살리는 기업들

[나눔 실천하는 사회 공헌] 가장 잘하는 '전공' 살려 봉사하는 기업들
현대차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는 ‘기프트카 캠페인’이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기프트카 캠페인은 저소득층 이웃의 성공적 자립을 돕기 위해 창업용 차량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현재까지 총 216대의 차량을 사회 곳곳에 전달했다.

기아자동차의 ‘초록여행’ 사업은 경제적 여건이나 이동의 자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통약자들에게 이동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공헌 사업이다. 교통약자 및 그 가족들에 가족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애인이 운전 및 탑승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카니발 이지무브’ 차량을 제공하고, 직접 운전이 어려운 경우 전문 운전기사도 지원한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포스코 스틸 빌리지(POSCO steel village)’ 사업을 하고 있다. 철강재를 활용해 주택 건립에서부터 스틸놀이터, 스틸브리지 건축까지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마을 건축 구조물을 지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화재 피해 가정을 지원하는 데서 나아가 저소득 가정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LG전자는 케냐에서 의수족 지원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LG전자 이충학 부사장(왼쪽)이 키쿠유 병원에서 의족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케냐에서 의수족 지원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LG전자 이충학 부사장(왼쪽)이 키쿠유 병원에서 의족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전자업계는 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열심이다. LG전자는 2006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용 휴대폰을 만들어온 데 이어 지난해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인 ‘책 읽어주는 폰’을 개발했다. 폴더형 스마트폰 ‘와인 스마트’에 장애인 접근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돌출돼 있는 버튼을 누르면 글자나 선택한 앱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더했다. LG전자는 2006년부터 시각장애인용 휴대폰을 개발해 2015년까지 약 1만2000대를 기부했다.

한화는 신성장동력인 태양광을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 활용한다. 2011년부터 ‘해피선샤인’ 캠페인을 통해 지역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등 전국 20개 복지시설에 태양광에너지 설비를 지원했다. 이를 사용하면 소비전력을 최소 30% 이상 아낄 수 있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립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새터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 ‘OK(One Korea) 셰프’ 사업을 하고 있다. 기본 능력을 갖춘 새터민 중 매년 20명을 선발해 OK셰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리, 손님 응대, 취업 창업 교육은 물론 서빙, 요리, 자재 구매 등 매장 관리의 전 과정을 가르친다. 수료생들이 일할 수 있도록 서울 화양동, 우면동, 문래동 등지에서 ‘이야기를 담은 라멘’ 프랜차이즈 가게도 운영한다.

이마트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해 발달 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PP(Picking&Packing)센터 신규 직무를 개발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사업부문에 장애인을 위한 직무를 만들어 고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참석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참석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SK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를 통해 93개의 사회적 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 사다리’ 재건을 꿈꾸는 기업도 있다. 삼성그룹은 저소득층 중학생의 방과 후 학습을 돕기 위해 2012년부터 ‘드림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 강사를 연결해 영어와 수학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전국에서 2000여명 이상의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며, 방학 때는 합숙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대학생들의 경쟁률도 평균 7 대 1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청년·여성·노인을 위한 맞춤 지원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IT 교육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IT 교육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청년층과 여성,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사회공헌도 눈에 띈다. CJ는 취업을 원하는 청년층을 위해 ‘CJ꿈키움 요리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요리와 외식업에 관심이 많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청년들에게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5개월간 이론, 실습, 현장 연수를 거쳐 스타 셰프들의 멘토링도 받는다. CJ푸드빌에 입사해 빕스, 계절밥상, 투썸플레이스, 뚜레쥬르 등의 매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롯데는 여성이 마음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맘(mom) 편한’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는 전방 지역 군인 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다. 2013년 강원 철원군 15사단에 1호점을 연 뒤 서해 최전방 백령도 등 현재까지 5개 지역에 공동육아나눔터를 열었다.

[나눔 실천하는 사회 공헌] 가장 잘하는 '전공' 살려 봉사하는 기업들
농협은행이 9년째 시행하고 있는 ‘농촌어르신 말벗서비스’도 있다. 농촌에 홀로 거주하는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고객센터 상담사가 매주 전화로 안부 인사를 전하고, 생활에 불편함은 없는지 확인하는 서비스다. 노인들이 특히 취약한 전화 금융사기 대응법도 알려준다. 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소속 1400여명 직원이 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