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근대산업 유산 투어' 관광상품 나온다
‘백설표 설탕(제일제당), 동동구리무(락희화학), 동명목재….’

6·25 전쟁 때 기업들이 둥지를 틀며 대기업의 모태가 된 부산진구 서면 일대가 근대산업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는 관광 코스로 변한다.

부산 서면 '근대산업 유산 투어' 관광상품 나온다
부산진구청은 오는 7월부터 옛 락희화학(현 LG사이언스홀)부터 경남모직(NC백화점), 제일제당(더샵센트럴아파트), 동명목재(알리안츠생명) 등 한국 경제의 모태가 된 산업 발상지 7.9㎞ 구간을 ‘서면 근대산업 유산 추억길’로 운영한다고 25일 발표했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과거 서면 일대는 대한민국의 신발 목재 설탕 등 경공업의 중심지였다”며 “부산 사람들과 국민이 이런 기업의 기운을 받고 창업정신을 되새겨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제2의 번성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근대산업 유산 추억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코스는 ‘서면 영화길’과 ‘황금 신발길’로 나눠진다. 걸어서 50분 걸리는 서면 영화길(3.4㎞)은 동명목재, 제일제당, 경남모직 등 대기업의 태동지가 된 현장과 옛 서면 극장가와 전포 카페거리 등을 둘러본다. 제일제당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53년 부산진구 전포동 743 동천 부지에 3400여㎡ 규모로 공장을 짓고 순백색의 설탕을 처음으로 생산한 곳이다. 동명목재는 강석진 창업주가 부산진구 범일동 862에 공장을 설립해 1969년 2700만달러어치의 합판을 수출해 국내 수출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1시간10분 걸리는 황금 신발길(4.5㎞)에는 신발산업의 전성기를 이끈 락희화학을 볼 수 있다. 구인회 LG 창업주가 1954년 부산진구 연지동에 락희화학을 세워 ‘동동구리무’로 통하는 럭키크림을 생산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회사를 안착시켰다. LG그룹은 이곳에 LG사이언스홀을 세워 운영 중이다. 진양고무(진양), 동양고무(기차표), 국제고무(왕자표), 태화고무(말표), 삼화고무(범표), 보생고무(타이어표) 등 한국 신발산업을 이끈 6대 신발기업이 몰려 고무기업의 중심지였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어 서면문화로, 부암동 굴다리, 부전마켓타운, 서면시장, 부산시민공원 등 명소를 둘러보는 코스다.

부산진구청은 도보 중심으로 구성된 관광 코스에 관광 거점시설을 발굴해 체험 요소를 가미할 예정이다. 현재 신나라레코드, 부산포민속박물관, 영광도서 등 19곳이 거점시설 후보지다. 다음달부터 코스 주변 굴다리 등에는 1960~1980년대 서면의 산업 부흥기를 담은 벽화를 그려 넣어 스토리텔링 거리도 조성하기로 했다. 스토리텔링 코스 지도 제작, 문화해설사 배치, 각종 안내판과 이정표도 설치한다.

부산진구는 산업 발전의 태동지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고 그 흔적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화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10명의 이야기꾼인 ‘부산진 스토리텔러’를 대상으로 교육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9월부터는 부산관광공사의 ‘원도심 스토리 투어’ 코스에 추가해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