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르펜·피용·멜랑숑 선두경쟁…부동층 표심 공략 여부가 관건
투표 사흘전 터진 테러 영향 주목…부동층 표심 향배 초미 관심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23일 오전 8시(현지시간) 전국 6만7천여 투표소에서 개시된다.

이번 대선은 세계적으로는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가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불어닥친 반(反) 유럽연합(EU)과 보호무역주의 바람, 국내적으로는 잇따라 발생한 테러의 위협 속에 치러지는 것이다.

선거기간 높은 실업률과 프랑스의 경제 활력 저하, 유럽연합(EU) 탈퇴와 이민자 수용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진 가운데, 1차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0일 저녁(현지시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총격 테러까지 발생해 막판 표심의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마감한 21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는 2주일 뒤인 5월 7일 진행된다.

결선투표 한 달 뒤에는 하원 의원 총 577명을 새로 선출하는 총선이 예정돼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들을 보면 강한 유럽연합 건설과 기업규제 완화, 공무원 12만명 감축, 문화적 다양성 포용 등을 내건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가 23∼25% 가량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22∼24% 수준의 지지율로 마크롱을 근소한 격차로 뒤쫓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 후보다.

그는 유럽연합과 유로존 탈퇴, 이민자 대폭 축소 또는 잠정 수용 중단, 보호무역장벽 건설, 반(反) 이슬람, 프랑스 우선주의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3∼4위는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 급진좌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65)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피용이 조금 앞서는 형국이다.

피용은 사회당과 함께 프랑스의 양당 체제를 이끌어온 공화당 대선후보로, 친(親) 기업 정서와 유럽연합에 찬성한다는 면에서 마크롱과 유사점이 있으나, 동성결혼에 반대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우파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보수파라는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가족을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최근 막판 회복세를 타고 있다.

멜랑숑은 EU와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르펜과 비슷하지만,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대폭 강화, 주당 근로시간 감축, 외국인노동자 차별 금지 좌파 성향이 뚜렷한 후보다.

이번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1∼2위권과 3∼4위권의 지지율 격차가 3∼5%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선두주자 4명중 누가 결선에 진출할 것인지를 점치기 어렵다는데 있다.

투표 직전까지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은 29%가량(여론조사기관 BVA의 21일 발표치)으로 지난 대선들보다 높아 이들의 표를 막판에 누가 끌어모으느냐가 승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투표소 주변에 5만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한편, 주요 인사들의 동선에 따라 경찰 특수부대와 저격수도 배치하는 등 테러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후보별 예상 득표율은 이날 오후 8시 투표 마감 직후 공표된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