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최승원 SK텔레콤 인프라전략본부장(가운데)이 4.5G 이동통신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제공.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최승원 SK텔레콤 인프라전략본부장(가운데)이 4.5G 이동통신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제공.
[ 박희진 기자 ] SK텔레콤이 4.5세대(4.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한동안 잠잠했던 통신 속도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열을 올리던 이통 업계가 5G 시대를 향해 본격적인 속도 경쟁에 나설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20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말부터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을 통해 4.5G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4.5G 서비스에서는 초기 롱텀에볼루션(LTE) 다운로드 속도보다 9배 빠른 초당 700메가비트(Mbps)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5G 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LTE 진화의 최종 단계로 평가받는 5밴드 주파수묶음(CA) 기술이다. 5밴드 CA는 LTE 주파수 5개 대역을 묶어 대역폭을 넓게 활용해 통신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1차선 도로를 7차선로 늘리면 차량 소통이 원활해지고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5개 LTE 주파수 대역을 보유하고 있어 5밴드 CA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갤럭시S8은 이 기술이 적용된 국내 첫 스마트폰이다.

이날 최승원 SK텔레콤 인프라전략본부장은 "네트워크 기술 경쟁은 서비스 품질 유지 차원에서라도 중요하다"며 "만약 LTE 초기 망을 그대로 두고 사용했다면 현재 통신 속도는 3G보다 느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내 이통사들의 속도 경쟁이 소모적이고 무의미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기술이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진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속도 차이는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최 본부장은 "네트워크 기술 개발은 지금보다 더 높은 속도를 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데이터 트래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1인당 LTE를 통한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2012년 1.8기가바이트(GB)에서 지난해 5.9GB로 3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동영상 서비스와 웹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래픽도 각각 6배, 4배, 6배 늘었다.
SK텔레콤의 4.5G 서비스 속도 진화 로드맵. /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의 4.5G 서비스 속도 진화 로드맵. /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2011년 LTE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여러 차례의 네트워크 기술 개발을 통해 속도를 높여왔다. 2015년부터 광대역 주파수 1개와 협대역 주파수 2개를 묶어 최고 300Mbps 속도의 '3밴드 CA'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부터는 3밴드 CA 기술에 다운로드 속도를 33% 개선해주는 기술인 256쾀(QAM)을 적용해 최대 속도를 500Mbps까지 올렸다.

SK텔레콤이 이번에 구현한 700Mbps는 이론적으로 2기가바이트(GB) 고화질(HD) 영화를 23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같은 영화를 초기 LTE로 내려받을 때는 3분38초가 걸렸다.

경쟁사 역시 갤럭시S8 출시에 맞춰 700Mbps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KTLG유플러스는 LTE 주파수를 각각 4개, 3개 갖고 있어 5밴드 CA 기술 적용은 어렵다. 양사는 보유 중인 광대역 주파수와 협대역 주파수, 4×4 다중안테나(MIMO) 등을 활용해 속도를 구현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4.5G 기술 발전에 따라 내년이면 4G 망에서 초당 1기가비트(1Gbps) 이상의 속도 구현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선 기가인터넷보다 빠른 1Gbps는 LTE 시대에서 '꿈의 속도'로 불릴 만큼 시연이 어려웠던 속도다. 다음달에는 800Mbps급, 하반기에는 900Mbps급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측은 "4.5G는 LTE 진화의 최종 단계이자 5G 시대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가상현실(VR), 3차원(3D) 홀로그램 등 실감형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장의 토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